신간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은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선투자가 몰리는 시장 흐름에 맞는 '4자산 균형 모델'을 투자전략으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환호 뒤편에서 거대한 부채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럭키 가이' 혹은 '둠(Doom) 교수'라 불리는 거시경제 전문가 김영익 교수가 이번에는 AI 투자 열풍 속에 감춰진 신용 팽창의 위험과 그 끝에 찾아올 부채의 종말을 경고하고 나섰다.
신간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은 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선투자가 몰리는 시장 흐름에 맞는 '4자산 균형 모델'을 투자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김영익은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쳐 읽기를 통해 AI 투자 열풍 뒤에 쌓이는 부채와 신용의 구조를 짚었다.
수익보다 생존…김영익의 '4자산 25% 균등 배분' 모델
'4자산 균형 모델'은 주식, 채권, 현금 및 단기채, 금과 원자재를 각각 25%씩 나눠 담는 방식이다. 저자는 빅 사이클 후반부에는 수익 극대화보다 손실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가격·신용·통화 리스크를 함께 방어하는 전략으로 이 모델을 제시한다. 레버리지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여기에 깔려 있다.
이 모델은 해리 브라운의 '영구 포트폴리오'와 닮은 구조를 띤다. 경제 각 국면에서 자산 보존을 겨냥한 영구 포트폴리오처럼 균등 배분을 택하되, 김영익은 이를 AI가 이끄는 빅 사이클 후반부의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확보라는 맥락에 놓는다.
레이 달리오의 '올 웨더 포트폴리오'와도 거시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철학을 공유하지만, 리스크 패리티에 따라 자산을 세분화하지 않고 4개 자산군을 단순·균등 배분하는 점에서 갈린다.
이 같은 대응 전략은 AI 산업을 보는 저자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책은 AI를 추상적 소프트웨어 혁명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에 대규모 자본 지출이 먼저 들어가는 물리 산업으로 규정한다. 기술의 진보가 곧바로 금융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선투자 경쟁이 차입과 신용 팽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전제로 둔다.
1929년·2000년·2008년의 데자뷔…부채로 쌓은 AI 성벽
저자는 이를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나란히 놓고 살핀다. 위기의 양상은 달라도 혁신 등장, 가격 상승, 레버리지 확대, 신용 균열, 정책 대응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은 되풀이됐다고 본다. 기술은 살아남더라도 기대와 자본은 과도해질 수 있다는 점이 이 비교의 결론이다.
중반부에서는 사모신용 시장을 AI 사이클의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로 지목한다. 블루아울 사건을 균열의 징후로 다루고, AI 버블 붕괴가 가격형 조정, 신용형 위기, 정책형 충돌 가운데 어떤 경로를 밟을지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눈다. 실질금리와 신용 스프레드, 유동성, 내러티브 변화도 함께 점검한다.
저자의 시야는 금융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과 에너지 가격, 패권 경쟁, 통화 질서 재편이 AI 투자 붐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주요하게 다룬다. 'AI 이후의 세계'에서는 호르무즈 분쟁과 달러 체제, G1과 G0의 갈림길을 함께 놓고 세계 질서의 흔들림을 읽는다.
한국 경제를 다루는 대목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에 둔다. 저자는 반도체가 수출과 기업 이익, 주식시장, 환율을 함께 움직이는 핵심 산업이라고 본다. 2026년 초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액 대비 약 71% 과대평가된 상태로 추정된다는 진단도 이 맥락에서 제시한다.
이 책은 AI를 기술 낙관이나 공포의 언어로만 다루지 않는다. 기술 혁신 위에 어떤 자금 구조가 얹히는지, 그 구조가 언제 시장의 취약성으로 바뀌는지를 묻는다. AI 투자 열풍을 거시경제와 금융위기 역사 속에서 읽고, 그 끝에서 어떤 자산 전략을 택할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다.
△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의 종말'/ 김영익 지음/ 한스미디어/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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