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없으면 기사가 아니다"…미국 한인사회 언론 34년 박흥률 산문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24일, 오전 09:31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는 한 기자의 회고를 넘어 기록과 증언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사건의 바깥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지나온 사람이 뉴스와 삶 사이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이,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뉴스가 1분 1초 단위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 '기자'라는 직업의 숙명과 소명을 온몸으로 밀고 나간 한 언론인의 뜨거운 기록이 출간됐다. 미주한국일보, KBS 아메리카, 라디오 서울 등 미주 한인 언론의 중심에서 34년간 현장을 누빈 박흥률 기자의 산문집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이 문예바다에서 나왔다.

책은 단순한 기사 모음이나 사건 정리에 머물지 않는다. 현장을 통과한 한 기자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놓쳤는지, 기록자이면서도 때로는 무력했던 시간이 어떤 질문을 남겼는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다.

박흥률은 미주한국일보 특집기획국장, KBS 아메리카·KTAN TV·라디오 서울 보도국장으로 일하며 미주 한인사회 굵직한 장면을 현장에서 기록해 왔다. 1992년 LA 폭동, 1994년 노스리지 대지진,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이 이 책의 중요한 배경으로 놓인다.

그는 "요즘은 '기레기'라는 단어가 흔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터와 재난 현장에서 진실을 좇는 기자들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그 시간 속 인물들을 '내 기사 속 주인공'으로 불러낸다. 눈물 삼키던 리커스토어 사장, 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다시 일어선 이현숙 씨, 미국의 시민이 되라고 당부한 김영삼 대통령, 올림픽가에서 평화시위를 외친 10만 한인들, 커뮤니티에 이익을 환원한 기업인과 미 주류사회에 진입한 한인 정치인들이 책 안에 다시 등장한다.

구성은 다섯 갈래로 짜였다. 1부 '어떻게 살 것인가', 2부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 3부 '한민족 디아스포라', 4부 '위기의 시대, 함께 살아가는 법', 5부 '영원한 1등은 없다' 등이다.

2부는 제목 그대로 기자라는 직업의 본질을 가장 정면에서 다룬다. '니가 기자냐?'와 '나는 기자다!' 같은 꼭지들은 직업적 자의식과 소명의식을 밀도 있게 드러낸다. 저자는 뉴스 전달자를 넘어 시대의 증언자이자 기록자로서 기자의 자리를 다시 묻는다.

3부와 4부에서는 미주 한인사회의 역사와 위기 극복 서사가 두드러진다. LA 폭동 30주년, 3·1운동 100주년, 미 대선과 한인사회, 팬데믹 2년의 교훈 같은 꼭지들이 이어지며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어떤 기억 위에 서 있는지 짚는다. 위기 속 연대와 재건의 감각도 여기서 선명해진다.

저자의 문장은 현장에 선 사람의 체온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는 "기자는 현장을 본 자, 기록한 자, 그러나 때로는 무력했던 자"라며,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마주한 갈등과 반성까지 함께 끌어안는다. 그래서 이 책은 취재기인 동시에 직업적 성찰록이기도 하다.

결국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는 한 기자의 회고를 넘어 기록과 증언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사건의 바깥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를 지나온 사람이 뉴스와 삶 사이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이,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니가 기자냐? 나는 기자다!/ 박흥률 지음/ 문예바다/ 256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