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 풀어낸 생명의 수수께끼…'퀀텀, 생명의 탄생' 출간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25일, 오전 06:0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당신이 지금 한 번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속 약 37조 개의 세포가 동시에 깨어난다. 그 세포 하나하나 안에는 은하처럼 정교하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코는 단순히 분자의 모양을 맡는 기관이 아니라 전자의 터널링과 진동을 활용해 분자의 노래를 듣는 양자 감지 장치이며, 길을 잃지 않는 철새는 눈 속 단백질의 양자 얽힘을 통해 지구 자기장을 시각적으로 읽어내며 비행한다. 단순히 화학 반응의 집합체인 줄 알았던 생명이 사실은 미시 세계의 물리 법칙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양자 기반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출간된 『퀀텀, 생명의 탄생』은 고전 생물학의 어떻게라는 질문을 넘어, 양자역학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언어로 생명의 왜를 파헤친다. 1944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던진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현대 과학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린 이 책은, 태양빛을 거의 100% 효율로 옮기는 광합성의 비밀부터 유전자 돌연변이 속에 숨겨진 양자 확률의 조율까지 생명의 경이로운 메커니즘을 추적한다.

저자들은 생명 현상을 유전자 정보나 화학 반응의 단순한 집합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생명이 엔트로피(무질서도)를 거스르며 존재를 지속하는 비결이 비평형 상태에서 조직되는 에너지와 정보, 질서에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효소 반응이 이론보다 수십만 배 빠른 이유나 돌연변이가 단순한 우연이 아닌 미시 세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율되는 결과라는 설명은 기존 생명과학의 상식을 뒤엎는 지점이다. 이러한 통찰은 신약 개발, 뇌공학, 나아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 조건을 재정의하는 데까지 확장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들의 이력은 이 대담한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성지용 박사는 물리학을 기반으로 암 유전체학을 전공해 현재 미토콘드리아 내 양자 동역학을 연구 중이며, 정재호 교수는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 단장이자 위암 전문 외과의사로서 한국 최초의 범용 양자컴퓨터 도입을 이끈 인물이다. 이론과 임상,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두 전문가의 만남은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한다.

학계 거물들도 이 책을 추천하며 생명과학의 패러다임 전환에 힘을 실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현대 과학의 최전선에 닿아 있으며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묻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개별적 주제를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묶어 생명을 바라보는 좌표계 자체를 바꾸는 파격적 서사라고 강조했다. 김유수 GIST 교수는 생명과학 역시 물리나 화학과 마찬가지로 양자의 언어로 사유될 수 있음을 조용히 설득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재완 국가특임연구원 단장은 양자라는 이름이 쉽게 소비되는 시대에 그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이 책은 양자가 어떻게 생명을 움직이고, 미래 의학과 기술에 어떤 혁신을 불러올지를 탐구하며 독자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초대한다. 복잡한 생명 시스템을 양자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고 신약을 설계하는 시대의 문턱에서, 『퀀텀, 생명의 탄생』은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가장 정교한 지도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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