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공연 장면(국립극장 제공)
흰 치마에 황톳빛 저고리 입은 노모(老母)를 장성한 아들이 업은 채, 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다.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어미 손길엔 깊은 애틋함이 배어 있다. 이윽고 무대 위에 홀로 다시 등장한 아들은 가슴 깊이 쌓인 회한을 격렬한 몸짓으로 토해낸다. 숨 가쁜 삶을 살아내느라 다하지 못한 도리에 대한 자괴감을 드러내듯, 그는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거듭 세차게 내리친다.
국립무용단이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신작 '귀향'은 춤으로 빚어낸 사모곡(思母曲)이었다. 이 작품은 김성옥의 시 '귀향'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시는 "어머니 나 돌아왔어요/ 어둡고 습기 찬 벼랑을 지나/ 긴 밤을 돋우어 달려왔어요"로 시작한다.
작품은 총 3장으로 이뤄졌다. 1장은 인생 끝자락에 선 어머니의 현재를, 2장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3장은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국립무용단은 70분 동안 춤과 서사, 음악이 긴밀하게 결합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귀향' 공연 장면(국립극장 제공)
압권은 3장이었다. 무대 전면에 선 어머니(장현수)와, 그 뒤편에서 약 20명의 무용수들이 빚어내는 군무가 대비를 이루다, 이내 어머니의 고요한 독무가 시작됐다. 절제된 손짓 하나에 지난 삶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나왔다. 이어 한 편의 삽화처럼 펼쳐진 첫사랑의 2인무는 애절함을 더했다.
무대 삼면을 가득 채운 영상 속에서는 무수한 눈발이 꽃잎처럼 흩날렸다. 마치 어머니의 인생 켜켜이 쌓인 못다 이룬 꿈, 삼켜야 했던 아픔, 끝내 작별해야 했던 사랑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중으로 흩어지는 듯했다.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었다.
이번 공연의 안무를 맡은 김종덕 예술감독은 앞서 언론 간담회에서 "제가 직접 경험한 감정을 작품으로 옮겼다"며 "어머니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했다. 어머니를 향한 감정이 비단 그의 것이기만 할까. 자식은 번번이 "어둡고 습기 찬 벼랑"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어머니, 곧 고향 품에 안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운이 짙은 수작(秀作)이었다.
'귀향' 공연 장면(국립극장 제공)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