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철교(중조우의교) 모습.'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압록강 물류가 멈추지 않았던 장면을 포착하며, 단절된 듯 보이는 국경에서도 삶의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고 말한다.© 뉴스1 정은지 특파원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분단의 상징으로만 읽어 온 익숙한 시선을 뒤집는다. 인류학자 강주원은 20년 넘는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을 단절의 선이 아니라 사람과 물자, 기억이 오가는 공존의 공간으로 다시 그린다.
저자는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길 위에서 장소의 밖과 안을 함께 살피며, 우리가 선으로 믿어 온 접경이 실제로는 겹겹의 삶이 흐르는 면이었다고 말한다.
책은 안중근과 이회영, 윤동주, 백석, 김대건, 김구, 문익환, 황석영 같은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강을 건넌 순간의 맥락을 다시 묻는다. 같은 물길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망명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길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유와 창작의 길이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만주를 둘러싼 익숙한 고정관념도 걷어낸다. '늘 춥고 삭막한 땅'이라는 상상, 항일 투쟁의 무대로만 좁혀진 이미지, 백두산 천지 국경선에 대한 통념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접경의 역사를 단일한 민족 서사나 영웅 서사로 묶어 두지 않고 더 넓은 생활사와 이동의 역사로 확장한다.
현장 기록의 힘은 구체적 장면에서 살아난다. 용정의 윤동주 생가와 송몽규 옛집, 두만강 하류와 백두산, 단둥과 압록강 상류·중류를 오가며 과거 인물의 흔적과 오늘의 풍경을 한 화면에 포갠다.
현재를 향한 시선도 또렷하다. 저자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압록강 물류가 멈추지 않았던 장면을 포착하며, 단절된 듯 보이는 국경에서도 삶의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고 말한다. 강 양쪽의 전선과 어선, 트럭과 사람들을 통해 국경이 차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책 후반부는 접경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복합한 정체성에 주목한다. 단둥을 중심으로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이 맺는 관계를 살피고, 압록강을 건넌 뒤 정체성이 바뀌는 경우와 사회관계망서비스 공간에서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대화도 기록한다. 분단 이후의 삶 역시 단선적 구도로만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읽힌다.
전체 구성은 '만주를 낯설게 준비하기', '한반도 너머를 따라가기', '두만강과 압록강 넘나들기', '만주와 한반도의 길을 묻기'로 이어진다. 역사와 인류학, 기행과 현장 르포가 한데 엮이며 독자가 방대한 배경지식을 무리 없이 따라가도록 짰다.
강주원은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00년부터 중국 단둥을 포함한 접경 지역을 조사해 왔다. 전작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을 더 넓은 시야로 밀고 나간다.
△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 강주원 지음/ 정한책방/ 264쪽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분단의 상징으로만 읽어 온 익숙한 시선을 뒤집는다. 인류학자 강주원은 20년 넘는 현장 기록을 바탕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을 단절의 선이 아니라 사람과 물자, 기억이 오가는 공존의 공간으로 다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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