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릴 전문 번역가들의 등용문이 설립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변화를 이끄는 고급 번역가를 키우겠다"며 "번역대학원대학교가 설립되면 우리 문학은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더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우리 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외국어로 완벽하게 옮길 수 있는 전문가를 길러낼 교육 기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릴 전문 번역 인재를 키우기 위해 문화계의 인플루언서들이 뜻을 같이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과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끌어냈다. 특히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9명의 명단이 눈길을 끌었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시인을 포함해, 한국 문학의 거장인 황석영·은희경 소설가와 나태주·문정희 시인 등이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28일 오전,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도종환 시인이 번역대학원대학교에 대한 기대감고 당부를 전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또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읽어내는 권영민·유성호 문학평론가, 영화 '기생충'의 자막을 번역해 세계를 놀라게 한 달시 파켓 번역가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 문학 발전을 위해 꾸준히 후원해 온 (주)시몬느의 박은관 회장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왜 지금 번역 전문 대학이 필요한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추진위원들은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번 대학 설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석영 소설가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말을 깊이 있게 이해한 외국인 인재가 늘어나야 한국 문학이 세계인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며 "글은 AI가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므로 번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종환 시인은 "한류가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수준 높은 번역을 통해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희 시인은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통해 더욱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번역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문학이 셰익스피어처럼 세계인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했다.
나태주 시인은 "한국 소설에 비해 한국 시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밝히며, 이번 대학 설립을 계기로 소설뿐만 아니라 시 번역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번역이 학위과정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번역이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를 창출하는 활동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박은관 회장도 "그동안 한국 문학이 전문 번역 인력 부족으로 인해 국제적인 성과를 받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다"며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코리아니즘'의 인문 문화 확충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올해로 세워진 지 30년이 된 한국문학번역원은 그동안 운영해 온 번역 아카데미의 노하우를 살려 이를 정식 석사 과정으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도 지원을 약속했다. 정향미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대학원에서 배출될 인재들이 단순한 번역가를 넘어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기획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새로 설립될 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총 7개 언어 전공의 석사 과정을 운영한다. 매년 한국인 30명과 외국인 30명을 합쳐 총 60명의 정예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교 건물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번역원 건물을 깔끔하게 새로 단장해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첫 신입생을 뽑고, 그해 9월에 역사적인 첫 수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