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은 미술사에서 잊혔던 여성 작가들의 선구적인 활약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전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 1976'을 오는 5월 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서울 한남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오감을 통해 예술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2023년 독일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처음 기획된 후,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 21세기 미술관과 홍콩 M+를 거치며 그 규모와 내용을 점진적으로 넓혀 왔다. 그동안 미술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작가들의 선구적 '환경 예술' 작업을 처음으로 재조명하는 시간이다.
전시의 핵심은 과거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서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진 여성 예술가 11명의 대형 설치 작업을 완벽하게 되살려낸 점이다. 당시 설계도와 편지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된 작품들은 관객을 신비로운 공간 속으로 안내한다. 특히 1970년 전시 도중 강제로 철거되었던 한국 작가 정강자의 '무체전'이 56년 만에 다시 제작돼 대중에 공개되는 장면은 이번 전시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정강자_무체전_사진 홍철기 (리움미술관 제공)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마리안 자질라, 라 몬테 영, 최정희가 협업한 '드림 하우스'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이 작품은 화려한 빛과 끝없이 흐르는 소리를 통해 예술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영원히 지속되는 환경임을 체감하게 한다. 부드러운 나일론 천으로 만든 통로나 가벼운 깃털로 가득 채운 방 등 여성 작가들 특유의 섬세하고 파격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단순히 오래된 작품을 다시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현대 미술의 뿌리가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를 증명해 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 소외됐던 여성들의 창조성을 공적인 역사로 끌어올린 미술관의 노력이 돋보인다.
마리안 자질라, 라 몬테 영, 최정희_드림 하우스_사진 홍철기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특정 작가들을 다시 살피는 것을 넘어, 이들의 활동 없이는 현대 예술의 큰 흐름을 결코 설명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자리다"며 "반세기 만에 복구된 정강자의 작품과 60년 넘게 계속되는 협업작이 한 곳에 모여, 환경 예술이 멈춰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살아 움직이는 형식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을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대상에서 온몸으로 몰입하는 경험으로 바꾸어 놓는다. 관람객들은 작가들이 만든 낯설고 아름다운 공간 안에서 능동적인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혁신적인 시선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기회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