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685g의 기적'은 미숙아를 키우는 부모의 감정이 세세하게 배어 있다. 죄책감과 두려움, 무너짐과 기도, 작은 변화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시간이 담겼다.
산문집 '685g의 기적'은 예정일보다 15주 먼저 태어난 극소미숙아 딸 서희와 그 아이를 지켜낸 가족의 시간이 담겼다. 예기치 못한 조산과 반복되는 수술, 긴 병원 생활을 지나며 한 생명이 버텨낸 시간과 부모가 끝내 놓지 않은 희망을 따라간다.
책의 무대는 캐나다 밴쿠버다. 낯선 도시에서 시작된 일상은 아내의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며 급격히 흔들린다. 기형아 검사와 조산의 공포가 겹치고, 한 가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밀려들어 간다.
저자의 딸 서희는 임신 25주에 685g의 몸으로 태어난다.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 앞에서 부모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붙든다. 책은 그 막막한 첫 순간부터 생명의 시간을 더듬는다.
이후 이야기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이어지는 기다림과 불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감염과 수술, 산소호흡기와 수혈, 반복되는 고비가 이어지지만, 서희는 작은 몸으로 버틴다. 부모 역시 무너질 듯한 순간마다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간다.
책이 붙드는 힘은 극적인 반전보다 축적된 시간에 있다.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여러 번의 위기와 회복, 다시 찾아오는 고비가 서사를 이끈다. 아이의 몸무게와 키가 조금씩 늘고 검사 결과가 하나씩 나아지는 변화가 곧 가족의 희망이 된다.
밴쿠버의 의료 경험도 중요한 축이다. 병원 밖으로 나온 뒤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고, 귀국 뒤에는 폐렴과 뇌수막염, 가와사키병, 또 한 번의 수술이 이어진다. 책은 기적을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오래 견디는 과정으로 그린다.
책 곳곳에는 미숙아를 키우는 부모의 감정이 세세하게 배어 있다. 죄책감과 두려움, 무너짐과 기도, 작은 변화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시간이 담겼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특정 가족의 특별한 사연에 머물지 않고 불확실한 삶과 마주한 이들의 기록으로 넓어진다.
저자 최종락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1994년 중소기업중앙회에 입사해 미국 LA 사무소와 국제통상부, 조사통계팀, 경남지역본부 등을 거쳤고, 현재 '중소기업뉴스' 편집국 기자로 일하고 있다.
결국 '685g의 기적'은 살아 있다는 사실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되묻는 책이다. 미숙아 부모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다른 독자에게는 당연하게 지나쳤던 건강과 가족, 하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록이다.
△ '685g의 기적'/ 최종락 지음/ 은빛물결/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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