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강희수 기자] 키보드를 누를 것인가 셔터를 누를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경구를 진리처럼 여기는 이들이 아직 많은데, 키보드로 사진을 만들어내는 세상이 돼 버렸다.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로이터 통신 도쿄지국 수석 사진기자인 김경훈 씨가 AI 시대를 맞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사진의 의미'를 논한다. 김경훈 기자는 결론부터 말한다. "셔터를 누르는 것은 AI가 아닌 '나'여야 한다"고.
성급한 AI 신봉자들은 "이제 사진은 죽었다"고 일갈한다.
그들이 본 편린들이 많기는 하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가 세계적인 사진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고, AI 합성 사진이 실제 보도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상황에 맞는 사진이 필요하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키보드로 주문을 한다. 어떤 사진 기자가 이토록 제작자의 의도를 100% 채워주는 사진을 찍어 낼 수 있을까? AI는 지시만 내리면,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무한대로 생산해 낼 수 있다.
이런 정황이면 누군가는 강력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 시대에 사진의 진정한 의미를 무엇인가? 그 질문을 27년 현장 경력의 김경훈 사진기자가 던졌다. 신작 'AI 시대의 사진'(북다)은, "이제 사진은 죽었다"는 예측이 왜 틀렸는지를 조용하고 단호하게 설명한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는 사진술을 처음 보고 "이제 회화는 죽었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화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사진의 등장이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낳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AI와 사진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도, 그 과정에는 실재하는 시간과 감정이 없다. 바로 이것이 사진과 AI 생성 이미지를 가르는 본질적인 차이라고 꼬집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사진의 발명 이유부터 AI 생성 이미지의 본질, 가짜 사진의 역사까지 사진을 둘러싼 지형도를 그린다. 2부에서는 '사진을 본다는 것은 진실을 보는 것일까', '결정적 순간이란 무엇인가'처럼 AI 시대에 다시 생각해야 할 사진의 근본 질문들을 다룬다. 3부는 실천적인 조언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독·다작·다상량의 원칙을 사진 공부에 적용하는 법, 프레이밍과 창의성이 왜 AI가 빼앗아 갈 수 없는 사진가의 무기인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퓰리처상을 비롯해 월드 프레스 포토, POYi(국제보도사진전), 이스탄불 포토 어워드 등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월드프레스포토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금까지 5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의 전작들이 사진의 내면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AI라는 외형적 변화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결국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경훈 기자는 "노출과 초점과 같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카메라가 사진가보다 더 똑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해 온 것들이 몸 어딘가에 축적되어 있다가 셔터를 누르게 한다. 그것이 사진이다"고 책에서 말한다.
AI 시대일수록, 셔터를 누르는 것은 '나'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진은 곧 사람인 '내'가 바라 본 세상이다. '나'라는 존재가 없다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도 없기 마련이다.
저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교보문고 컬처라운지 강연이 5월 26일 오후 7시 30분 교보문고 워켄드홀에서 예정되어 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