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웃집 극우'…8인의 전문가가 해부한 '일상의 괴물'
평범한 이웃이 왜 갑자기 '부정선거'를 외치고 '혐오'의 언어를 쏟아낼까? 12.3 내란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극우를 돌출된 예외가 아닌 '우리 곁에 스며든 일상의 문제'로 진단한 보고서가 나왔다.
권수정 등 8명이 함께 쓴 '이웃집 극우'는 12.3 내란 이후 한국 사회에 번진 극우의 실체를 해부한다. 책은 세계사적 흐름과 한국적 조건, 일상 속 경쟁과 혐오의 구조를 함께 짚으며 극우가 왜 '이웃집'의 얼굴로 나타나는지 추적한다.
책은 극우를 돌출한 예외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스며든 일상의 문제로 본다. 12.3과 1.19 같은 장면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배경으로 '불평등 민주주의'를 지목하고, 이를 넘어서려면 경쟁과 혐오가 지배하는 삶의 조건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손해 보는 건 못 참는다"…일상이 길러낸 '진보-손해'의 세계관
1장은 한국 극우를 세계사적 흐름 속에 놓는다. 프랑스 혁명의 반동으로 등장한 왕정복고파부터 21세기 도널드 트럼프와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극우의 계보를 훑으며, 지금의 열병 역시 지구적 물결의 일부라고 짚는다. 극우의 귀환을 일시적 돌출이 아니라 복합 위기 시대의 상수로 읽는 시선이 이 장의 중심이다.
2장은 해방 이후 한국 극우의 기원과 부활을 다룬다. 책은 해방 후 80년 가운데 절반가량을 극우 정권의 시간으로 보고, 민주화 이후에도 이 세력이 사라지지 않은 채 잠복해 왔다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도 이런 장기 구조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 이 장의 문제의식이다.
3장은 일상이 어떻게 극우를 길러냈는지 파고든다. 매체가 지배하는 시대, SNS가 만든 새로운 정치 문법, 구도 해킹, 개념의 사슬, 피해자 되기 경쟁 같은 장치가 어떻게 극우 포퓰리즘의 토양이 됐는지를 분석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도 진보-이익이 아니라 진보-손해의 세계관이 퍼지는 계기로 소환한다.
'부정선거'라는 자생적 음모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칼날
4장은 보수 개신교의 극우화를 한국 극우의 중심축으로 다룬다. 반공과 반동성애를 거쳐 신정국가의 야망으로 나아가는 과정, 사학법 개정 반대와 차별금지법 반대 선동을 통해 대중 동원과 조직화 방식을 익혀온 흐름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단순한 종교 현상이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로 읽는다.
책이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이 음모론은 12.3 이후 한국 극우파의 가장 자생적이고 독창적인 특징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요소로 제시된다. 일단 여기에 공감하면 불의하게 구성된 국회는 폭력적으로 타도해도 된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책은 본다.
마지막 5장은 권수정, 박선경, 손희정, 전홍기혜, 김윤철이 참여한 좌담으로 꾸렸다. 권수정은 아시아나항공 노조 위원장이자 승무원이고, 김민하는 정치·시사 평론가, 김윤철은 경희대 교수, 김현준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다. 박선경과 손희정도 각각 고려대와 경희대 교수로 이름을 올렸고, 장석준은 노회찬재단 비전포럼 운영위원장, 전홍기혜는 '프레시안' 이사장으로 참여했다.
△ 이웃집 극우/ 권수정·김민하·김윤철·김현준·박선경·손희정·장석준·전홍기혜 지음/ 레디앙/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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