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명의 뼈대'…이집트 기하학부터 AI 알고리즘까지
'문명의 뼈대'는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수학의 역사를 5000년의 흐름으로 정리한 수학사 교양서다. 송용진 인하대 교수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해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학이 어떻게 과학과 기술, 도시와 국가의 흥망을 떠받쳐 왔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수학의 역사가 곧 과학의 역사이자 인류 문명의 역사"라는 관점 아래 축적의 과정을 따라가며 수학의 발전을 문명사의 흐름과 함께 읽게 한다.
출발점은 고대 문명이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도는 토지 측량과 건축, 국가 운영 과정에서 실용 수학을 발전시켰고, 그 성취는 문명의 수준과 맞물려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60진법과 숫자 0, 인도-아라비아 숫자 체계도 이 시기의 유산으로 제시된다.
그리스에 이르면 수학은 진리 탐구의 언어가 된다. 저자는 이론과 증명을 통해 수학을 발전시킨 그리스의 전통이 모든 학문의 배경 철학이 되는 연역적 사고를 세웠다고 본다. 이어 이슬람 세계가 고대 그리스 수학 문헌을 되살리고 유럽으로 전파하면서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한다.
근대 수학의 전환점도 또렷하게 짚는다. 등호와 덧셈, 곱셈 기호가 자리 잡고 데카르트가 좌표계와 미지수의 언어를 다듬었으며, 뉴턴은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미적분학을 발견했다. 저자는 미적분을 "변화를 수학으로 다루는 방법"으로 규정하며, 이것이 자연과학의 언어가 됐다고 본다.
책은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를 인류 삶을 가장 크게 바꾼 시기로 본다. 전기등과 사진기, 기차와 자동차, 무선통신과 영화, 화학비료와 합성섬유 같은 발명품의 바탕에 늘 수학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 이르기까지 리만 기하학에 기대야 했다는 대목은 수학이 쓰일 자리를 먼저 앞질러 도착해 있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현재의 인공지능 시대도 이 연장선에 놓인다. 책은 빅데이터와 AI, 반도체, 첨단 의학, 항공우주 기술이 모두 수학적 원리 위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아직 과학의 역사는 "프롤로그"를 넘기지 못했을 뿐이라며,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순수 수학과 기초과학의 가치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특히 힘을 주는 대목은 문명과 수학의 관계다.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장안, 바그다드, 코르도바, 파리, 뉴욕 같은 도시를 예로 들며 수학이 번성한 곳에서 문명이 피어났다고 본다.
반대로 1933년 나치 집권 뒤 괴팅겐의 수학 공동체가 무너지고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 간 사례, 명나라가 실용성에 치우치며 유럽에 뒤처진 사례를 통해 지식의 축적과 포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저자의 시선은 한국 사회를 향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진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이 과학적 진리 탐구보다 실용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점에서 명나라의 실패와 닮았다고 경고한다.
△ 문명의 뼈대: 인류의 문명을 지탱해 온 수학의 역사/ 송용진 지음/ 다산초당/ 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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