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날씨는 맑음'
인구 14억의 인도, 그중에서도 네팔 국경과 맞닿은 시골 마을 미르다. 이곳에서 몬순 폭풍과 극심한 가뭄, 그로 인한 식량 부족을 온몸으로 겪었던 한 소년의 집념이 현대 기상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날씨는 맑음'은 기후학자 자가디시 슈클라 박사가 카오스 이론이 가로막은 장기 날씨 예측의 벽 앞에서 '역학계절예측'의 길을 연 과정을 담았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 기후역학 석좌 교수인 그는 1944년 인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MIT와 프린스턴에서 공부했고, 역학계절예측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책은 그의 삶을 따라가며 과학이 어떻게 예측의 기술을 넘어 사람을 살리는 실천이 되는지 보여준다.
책의 중심에는 역학계절예측이 있다. 자가디시 슈클라는 대기의 현재 상태에만 매달리던 기존 예측 방식에서 벗어나 해수면 온도와 육지, 적설 면적 같은 경계조건이 예측가능성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문제의식은 당시 기상학의 통념과 맞부딪쳤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기 예측은 에드워드 로렌즈의 '나비 효과' 탓에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책은 모두가 카오스만 보던 자리에서 슈클라가 그 한가운데 예측가능성을 찾으려 했다고 보여준다.
역학계절예측은 추상적 개념으로만 제시되지 않는다. 저자는 인도 시골 마을 미르다에서 몬순폭풍과 극심한 가뭄, 식량 부족을 겪은 기억을 끌어와 왜 더 먼 날씨를 알고 싶었는지 설명한다. 비와 가뭄이 사람의 생계와 목숨을 가르는 현실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 예측이 왜 중요한지도 구체적으로 짚는다. 계절예측이 향상되면 농민은 파종 시기와 작물을 조정할 수 있고,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에도 더 일찍 대비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창궐하는 감염병 대응에도 쓰일 수 있어, 특히 취약한 이웃의 삶을 지키는 도구로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날씨와 기후의 차이도 차근차근 풀어낸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날씨와 장기 경향을 보여주는 기후가 어떤 물리적·역학적 과정으로 갈라지는지 설명하고, 엘니뇨와 라니냐, 사막화, 기후모델의 작동 방식도 함께 짚는다. 회고록이면서 기상학 입문서의 결을 함께 갖춘 셈이다.
중반부는 역학계절예측이 가능해지기까지의 과학사로 넓어진다. 인공위성과 슈퍼컴퓨터가 기상학에 불러온 변화, 컴퓨터 기반 예측의 발전, 카오스 이론과 모형화 논쟁이 이어진다. 줄 차니, 에드워드 로렌즈, 마나베 슈쿠로 같은 과학자들과의 교류도 한 시대의 축적을 드러낸다.
후반부에 이르면 과학자의 삶도 더 깊게 들어온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에도 연구로 돌아가려 한 시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둘러싼 논쟁, 기후변화 대응을 막는 정치와 자본의 압박이 겹친다. 더 완벽한 모델보다 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는 고백은 이 책의 윤리적 축을 이룬다.
△ '날씨는 맑음'/ 자가디시 슈클라 지음/ 노승영 옮김/ 반비/ 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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