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농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농촌 인구 급감으로 지역 소멸이 현실화되는 시대. 우리의 밥상을 지키는 최전선은 어디인가. 전남 곡성 섬진강 들녘에서 20년 가까이 생태 공동체 '미실란'을 일궈온 이들의 치열한 기록이 한 권의 에세이로 묶였다.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농사와 돌봄의 시간을 담은 생태 에세이다. 이동현의 농사일기와 김탁환의 에세이를 교차 배치해 스물네 절기 속 밥상과 마을, 생명을 함께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흐르는 절기를 큰 축으로 삼는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같은 절기에 기록한 농사일기를 한데 묶고, 그 사이사이에 김탁환의 '물꼬와 둠벙'을 배치했다. 해마다 달라진 풍경과 변하지 않은 노동이 겹쳐 보이는 구조다.
출발점은 기후위기와 농촌 소멸이다. 논이 사라지고 농촌의 일손이 줄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우리의 밥상이라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밀고 간다. 전남 곡성군 장선 마을, 섬진강 들녘에 자리 잡은 '미실란'은 그 질문에 대한 구체적 현장으로 놓인다.
이동현은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규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 연구자다. 가족들의 병을 계기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고민하다 곡성에 정착했고, 278여 종의 벼를 재배하며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농부가 됐다. 연구자의 이력과 농부의 시간이 한 몸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생명을 지킨다는 말을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장면들로 보여준다. 들녘에 날아온 기러기 가족을 위해 현미를 뿌리고, 떠돌이 개에게 집을 내어준 '흑미'를 보며 양보의 미덕을 배운다. 돌봄이란 말이 추상이 아니라 하루의 선택으로 내려오는 대목들이다.
농사의 어려움도 숨기지 않는다. 햇볕과 강물, 비와 바람, 병해충과 새까지 사람의 힘만으로 다 다룰 수 없는 조건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농부의 시간은 속도보다 기다림에 가깝고, 저자가 말하듯 "싸목싸목" 가는 길의 의미를 새기게 한다.
미실란의 활동은 논에서 끝나지 않는다. 곡성 지역 유치원생이 참여하는 생태학교와 광주 지역 초등학생의 '한 평 논', 작은들판음악회와 섬진강마을영화제,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까지 농업과 교육, 문화가 한 줄기로 묶인다. 지역 소멸의 위기를 넘어서는 대안을 공동체 활동 속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김탁환은 2021년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긴 뒤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도시소설가에서 마을소설가로 삶의 자리를 옮긴 그는 미실란의 과거와 미래, 오래 함께한 사람들의 목소리, 다음 세대에게 남길 '천년 숲'의 철학을 에세이에 담았다. 이동현의 기록이 들녘의 시간이라면, 김탁환의 글은 그 시간을 둘러싼 의미의 층위를 보태는 셈이다.
결국 이 책이 되묻는 것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돈이 되느냐보다 어떤 씨앗을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하느냐를 앞세우고, 빠르고 편리한 기술의 시대에도 손 모내기와 친환경 농법을 붙드는 이유를 묻는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 특별한 결심보다 일상의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책이다.
△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이동현·김탁환 지음/ 해냄/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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