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 전시실 관람을 함께하며 직접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조선 화단의 거장 단원 김홍도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4일부터 8월 2일까지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올해 두 번째 정기 교체 전시를 선보인다.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접 도슨트를 진행하며 "흔히 김홍도가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풍속화는 물론 인물화, 산수화 등 모든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천재 화가였다"며 "특히 그가 인물화를 잘 그렸다는 사실은 조선을 대표하는 또 다른 화가 겸재 정선보다 뛰어난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김홍도의 전성기와 노년기를 아우르는 걸작들이다. 그의 그림 25점 가운데 '씨름'과 '무동' 등 대중에게 친숙한 풍속화 11점이 관객을 맞이한다. 그 외 조선 시대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서예와 회화 작품 총 50건 96점을 선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회화1실에서는 김홍도와 그의 영원한 조력자 강세황의 관계를 조명한 점이 눈에 띈다. 강세황의 감상평이 남겨진 작품들을 통해 두 천재의 예술적 유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유 관장은 "표암 강세왕이 김홍도에게 선사한 한 편의 글에 김홍도의 화업 일생에 대한 모든 중요한 핵심 정보가 다 들어 있다"며 "그는 김홍도에 대해 그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운 '사제지간'으로 시작해, 정조 시대 자비대령화원과 상관으로 만난 '직장 상하 관계', 그리고 비평가와 화가로서 소통한 '예술적 동지'의 세 단계로 완성됐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유 관장에 따르면, 김홍도는 정조의 명에 따라 풍속화를 그리며 세상의 물정을 담아냈고,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한국적 산천과 인물로 완벽히 재해석했다. 그는 특히 "김홍도가 중국의 역사적 서사를 그림으로 그린 것을 두고 국수주의적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홍도는 사대주의 사상으로 중국을 그린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당대의 중요한 예술적 장면을 포착한 것"이라며 "이는 프랑스나 독일 화가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서사를 그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그의 그림은 뛰어난 사실성에 리듬감 있는 구도를 더해 당대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이순신이 한효순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친필 편지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 회장 기증품인 '문방도'와 2500여 명의 인파가 정교하게 묘사된 '평양감사향연도' 등 다채로운 채색화와 민화들이 관람객의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특히 평소 보기 힘들었던 개인 소장품으로 개성 만월대의 원로 모임을 그린'기로세련계도'를 비롯해 예술의 경지가 극에 달한 '총석정도'와 '노매도' 등 노년기 명작들이 '이 계절의 명화'라는 이름으로 특별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세심한 필치로 원로들의 모임을 담아낸 '기로세련계도'는 단원의 원숙한 예술적 경지를 증명하는 백미다.
단원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서예 유물도 공개된다. 서예실에서는 선조의 큰 글씨와 이광사의 '화기', 오세창의 병풍 등을 소개한다. 노량해전 4개월가량 전인 1598년 7월 8일 이순신이 한효순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친필 편지(간찰)도 처음 공개한다. 이 간찰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때는 소장처를 알 수 없어 내놓지 못했던 작품이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글을 써 내려간 이순신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국중박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나열을 넘어 조선의 서화가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다"며 "특히 최초로 공개되는 이순신의 간찰과 단원의 희귀한 노년기 작품들은 한국 예술사의 역동성을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전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지닌 방대한 기록 유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단원의 해학적인 풍속화부터 이순신의 비장미 넘치는 서예까지, 한 공간에서 조선의 문과 무를 관통하는 예술적 서사를 구성한 점은 특히 눈길을 끈다.
거장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조선의 풍경과 인간 군상을 통해 우리 전통 예술이 지닌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을 다시금 체감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한편, 유홍준 관장은 6월 2일 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연다. 강연 신청은 박물관 누리집에서 21일부터 받는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