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SMIC의 시스템 분석…권석준 "메모리 강국 한국, 기존 성공은 끝났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5일, 오전 07:05

[신간]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이 해부한 '칩 전쟁'의 실체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가 중국 반도체와 AI 첨단 산업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서 흔들리는지를 기술과 자본, 공급망과 기정학의 관점에서 해부한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을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냈다. 미중 칩 전쟁 이후 중국의 팽창을 막연한 공포나 안이한 낙관 없이 들여다보며, 한국이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디를 보강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는다.

저자는 지금 반도체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부품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반도체는 경제와 안보, 에너지와 외교의 흐름을 함께 흔드는 전략 자산이자 세계 질서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 인프라가 됐다. 그래서 중국 반도체와 AI 산업을 읽는 일은 곧 다음 10년의 산업 지형을 읽는 일과 맞닿는다.

권석준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단순한 기술 추격담으로 다루지 않는다. 화웨이와 SMIC, CXMT, 사이캐리어, 딥시크 같은 기업 사례를 통해 중앙과 지방의 투자 경쟁, 군과 산업의 결합, 기술과 정치가 맞물리는 중국식 시스템을 함께 본다. 개별 기업의 약진보다 그 배후를 움직이는 구조와 한계를 동시에 읽어내려는 접근이다.

중국의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거대한 공적 투자, 내수 중심의 자급화 전략, 대체 기술과 우회 경로 모색은 중국 산업을 빠르게 끌어올린 힘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 추진력이 곧 수익성 악화와 구조 조정 지연, 중복 투자와 비효율, 기술 격차와 병목 구간이라는 부담도 함께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와 AI의 결합도 중요한 축이다. 저자는 중국의 첨단 산업을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맞물리며 형성하는 새로운 산업 지형으로 본다. 내수 시장 중심의 팽창과 군사·산업 결합, 미국 제재에 맞선 중국식 우회 혁신까지 한 흐름 안에서 살펴야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시야는 곧 미국·중국·대만이 얽힌 '실리콘 트라이앵글'로 넓어진다. 미국이 대만과의 반도체·AI 협력을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고 일본, 네덜란드 같은 동맹국까지 묶어 새로운 수출 통제 질서를 만들려는 흐름 속에서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공급망과 안보 질서를 동시에 흔드는 변수로 떠오른다. 대중 포위망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대응 전략도 더 분명해진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책의 무게중심은 중국 분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자가 끝내 도달하는 질문은 한국의 선택이다. 메모리 강국이라는 과거의 성공 공식이 앞으로도 유효한지,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AI 반도체와 AI 기반 산업 전환이라는 다음 단계에서 한국이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권석준은 앞으로의 경쟁이 더 이상 메모리 단일 분야의 우위만으로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본다. 설계와 제조, 패키징, 전력과 산업용수, 전문 인력, 응용 산업의 수요 기반이 연결돼야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AI 확산은 이 연결을 더 빠르게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와 스타트업·팹리스·소부장 기업이 실험할 수 있는 기반, 반도체와 AI를 함께 이해하는 인력 양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 지음/ 사이언스북스/ 692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