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유전자를 운명을 결정하는 '설계도'로 믿는 통념을 다시 묻는 과학 교양서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는 유전자를 하나의 고정된 정답으로 보지 않는다.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아도 형질은 단순히 합쳐지지 않고, 한쪽만 드러나거나 전혀 다른 새 형질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유전자는 결과를 고정하는 코드라기보다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체계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멘델의 완두콩 실험에서 시작한 유전학이 DNA 발견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을 거쳐 어떻게 '정보'의 언어로 바뀌었는지 짚는다.
'유전자로 이해하는 인간'에서는 유전자 개념의 변화 과정을 따라간다. 멘델의 추상적 유전 인자에서 핵산의 구조 발견, 센트럴 도그마, 인간게놈지도의 초안 작성, 포스트 게놈 시대의 전사체학·단백질체학·대사체학까지 유전학의 확장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한다.
저자는 유전자 예측이 왜 자주 빗나가는지도 설명한다. 같은 유전자를 가져도 발현 과정이 정교하게 조절되고, 환경과 시간, 변이와 우연이 개입하면서 결과는 달라진다. 운동 능력이나 성격, 질병 가능성을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로 환원하는 주장이 왜 무리인지도 이런 맥락에서 풀어낸다.
서술 방식은 복잡한 생명과학을 흐름 중심으로 정리하는 데 힘을 둔다. DNA 구조와 유전자 발현, 게놈지도, 햅맵 프로젝트, 필수 유전자 탐색 같은 내용을 그림과 표, 역사적 사례로 풀어 독자가 개별 지식이 아니라 큰 지도를 따라가게 만든다. 과학 개념 설명과 사회적 쟁점이 따로 놀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첨단 생명공학을 과학기술 자체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GMO, 유전자 검사, 합성생물학을 오랫동안 다뤄 온 관심사 속에서 유전자를 둘러싼 과학적 의미와 시민사회의 질문을 함께 살핀다. 생명과학을 설명하면서도 과학철학과 윤리 문제를 끝까지 놓지 않는 이유다.
김훈기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과학관리학을 공부했다.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 편집장과 '동아일보' 과학면 팀장을 거쳐 현재 홍익대 교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김훈기 지음/ 전방욱 감수/ 동아엠앤비/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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