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해 경연학교' (주니어마리(마리북스) 제공)
상대방을 꺾어야 하는 승패 위주의 토론 문화 속에서,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조선 시대 '경연' 정신을 담은 아동 도서가 출간됐다. 세종국어문화원 정성현 소장과 이경석 작가가 협업한 판타지 동화다.
작품은 훈민초등학교 학생 다섯 명이 시공간을 초월해 조선의 경연장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여기서 고약해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임금에게 거침없이 직언을 퍼부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아이들에게 진정한 토론의 가치를 전수하는 안내자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말솜씨를 뽐내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띈다.
이야기 속에서 세종은 신하의 미숙한 발언도 귀하게 여기며 질문을 통해 논리를 이끌어내는 최고의 조력자로 묘사된다. 책은 이를 바탕으로 마음 열기부터 용기 있는 자기표현까지 일곱 단계의 대화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근거를 바탕으로 사례를 제시하는 분석적 사고와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가 어떻게 설득력을 만드는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실감 나게 그렸다.
역사 속 실제 인물인 간관 '고약해'를 화자로 내세워 세종대왕만의 독특한 대화 철학을 흥미롭게 풀어낸 점이 흥미롭다. 특히 수직적 관계를 넘어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되었던 집현전의 문화를 현대 교육 현장에 접목하려 노력했다.
이 책은 남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말이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등불로서의 토론법을 제시한다.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당당하면서도 예의 바른 화자로 성장할 수 있는 이정표를 제공한다.
△ 고약해 경연학교/ 정성현 글/ 이경석 그림/ 주니어마리(마리북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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