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노동이 빚어낸 제련술"…김수수 '불과 공'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6일, 오전 08:46

김수수 '공'전 포스터 (갤러리 508 제공)

갤러리 508은 오는 9일부터 6월 24일까지 김수수 작가의 신작을 한자리에 모은 '불과 공'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기획전은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를 통과해 탄생한 금속의 물성을 회화적 필치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작가는 과거 천착했던 '불'이라는 소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액상화된 철이 다시 고체로 치환되는 역동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전작이 불의 외형적 강렬함에 집중했다면, 이번 신작들은 물질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숭고한 찰나를 캔버스 위에 포착한다.

전시명인 '불과 공'은 숙련된 장인의 정교한 기술과 구도자적 태도를 상징한다. 쇳물을 다루는 현장의 치열한 움직임을 화가의 붓질로 치환한 것이 이번 작업의 핵심이다. 관람객은 캔버스라는 용광로 속에서 응축된 시간의 무게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조형적 특징은 견고한 축적과 파격적인 즉흥성의 공존이다. 수차례 덧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 두터운 마티에르 위에, 단숨에 휘두른 일획의 선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고열과 압력을 견딘 철이 결정적인 타격에 의해 형태를 갖추는 제련 과정과 흡사하다.

불, 91x65cm, oil on canvas, 2026 (갤러리 508 제공)

색채의 활용 또한 관전 포인트다. 타오르는 적색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백색으로의 변주는 온도 변화에 따른 금속의 상태를 섬뜩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검은 색조는 냉각의 흔적인 동시에 여전히 내부에 도사린 열망의 기운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를 결과론적인 정지 화면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되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파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적 수행성과 물질의 변주가 만나는 지점에서, 현대 회화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질감의 지평을 열어젖혔다.

갤러리 관계자는 "작가가 화면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 안료의 궤적은 단순한 채색을 넘는다"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노동의 밀도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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