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침묵한 영웅 지청천'
지광준의 '침묵한 영웅 지청천'은 한국 독립군 총사령과 한국광복군 총사령을 지낸 지청천 장군의 생애를 복원한 평전이다.
지청천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조선인 엘리트 장교였고, 제1차 세계대전 청도전투에서도 전공을 세웠다. 그러나 1910년 일본 육사 조선인 생도들과 함께 조국 독립을 다짐했고, 1919년에는 5만 엔의 현상금이 걸린 탈영을 감행해 압록강을 건넜다.
만주 시기는 책의 앞부분을 밀도 있게 채운다. 고려혁명군관학교 교장으로 민족주의 교육을 고수하다 소련 당국과 충돌했고, 정의부 출범과 한국독립당 결성, 만주사변 전후의 격랑 속에서 독립전쟁 전선을 이끌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진흙땅 만주벌에 뜬 별들'로 묶었다.
핵심 대목은 1932~33년 만주 전선이다. 지청천은 쌍성보, 경박호, 사도하자, 동경성, 대전자령, 동녕현성 등 6대 전투를 연이어 승리로 이끌었다. 그중 1933년 대전자령 전투는 항일 독립전쟁 3대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최대 규모 정규전 승리로 제시된다.
책은 대전자령 전투의 전술 판단도 자세히 다룬다. 지청천이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일본군 교범과 지휘관의 사고방식을 읽고, 험하지만 빠른 길을 택할 적을 예상해 매복 작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전투 뒤 중국군의 흡수합병 요구를 거부하며 한국독립군의 독자성을 지킨 장면도 비중 있게 다룬다.
후반부는 한국광복군 총사령 지청천을 따라간다. 그는 1940년 한국광복군을 창설했고, 인도·버마 전선에 광복군을 파견했다. 광복 직전에는 한·미 합동 국내 정진 작전도 추진하며 9만여 명의 광복군을 통솔한 인물로 그려진다.
해방 뒤 삶도 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책은 그가 제헌국회의원과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병역법 제정에 앞장섰고, 국민방위군 비리에 맞서 의원직을 걸고 싸웠다고 적는다. 집을 팔고 작은 셋방을 전전한 만년과 남북통일을 소원한 일기까지 실어 정치인과 노인의 얼굴도 함께 복원한다.
결국 이 책은 왜 이런 인물이 교과서와 대중 기억에서 비껴갔는지를 다시 묻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지청천 자신의 과묵한 군인 정신에서 찾는다.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은 침묵이 오히려 역사의 공백을 만들었고, 이 평전은 그 공백을 메우려는 첫 기록으로 읽힌다.
△ 침묵한 영웅 지청천/ 지광준 지음/ 더썬/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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