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쓰다면 너 자신이 포도주가 되어라"… 100년 만에 다시 부르는 릴케의 절창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6일, 오전 09:01

[신간]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후 100주기를 맞아 다시 나왔다. 생의 종말을 앞둔 시인이 20여 일 만에 완성한 55편의 소네트를 통해 삶과 죽음, 고독과 변용, 예술의 소명을 함께 묻는 시집이다.

시집은 1부 26편, 2부 29편으로 짜였다. 릴케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시적으로 다시 불러오며 삶과 죽음이 갈라선 두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체라는 문제의식을 밀어붙인다. 죽음을 종말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은 릴케가 생애 마지막 5년 대부분을 보낸 스위스 시에르의 뮈조성에서 완성한 연작시집이다. 폭풍처럼 밀려든 영감 속에서 단 20여 일 만에 써낸 작품으로, '두이노의 비가'와 함께 그의 문학적 정점으로 거론된다.

오르페우스는 상징적 존재로 나온다. 삶과 죽음의 구분을 넘어 두 영역 모두에 발 딛는 시인의 모범이자 이상으로 제시된다. 죽음도 삼키지 못한 노래, 무상한 것을 영원성으로 건너가게 하는 예술의 가능성이 오르페우스라는 형상에 실린다.

시집은 철학적 명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깨지며 울리는 유리잔이 되어라" 같은 구절은 사라지는 것들 속에 머물며 존재와 비존재를 함께 인식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맛이 쓰다면, 너 자신이 포도주가 되어라"라는 문장은 고통을 피하지 않고 변용의 에너지로 끌어안으려는 릴케의 태도를 압축한다.

이번 판본은 릴케 연구로 이름난 독문학자 김재혁이 옮겼다.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소네트 고유의 음악성을 살리는 데 힘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주와 연보, '작품에 대하여: 죽어서 부르는 사랑 노래', 옮긴이의 말까지 실어 시인의 생애와 작품 맥락을 함께 따라갈 수 있게 했다.

릴케는 1875년 프라하의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나 평생 방랑과 고독 속에서 실존의 근원적 이유를 추구한 시인이다. '기도시집'과 '신시집',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이르는 궤적은 내면 명상과 사물 관찰을 거쳐 삶과 죽음을 하나의 순환으로 통합해 간 과정으로 제시된다.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민음사/ 22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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