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될 집을 왜 고치냐고 묻는 당신에게"… 노동이 빚어낸 생의 미학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6일, 오전 09:01

[신간] '손을 찬양하다'는어차피 무너질 집이라는 사실은 미래 계획을 공고히 세우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의 시간에 더 깊이 머물게 하고, 집과 마당, 이웃과 식물, 동물과 사물까지 한층 애틋하게 느끼게 만든다.

헤수스 카라스코의 '손을 찬양하다'는 언젠가 철거될 것을 알면서도 낡은 시골집을 10년 동안 고치고 돌본 한 가족의 시간을 담은 장편소설이다. 손으로 집을 수선하는 노동을 따라가며 임시적인 삶과 현재를 사랑하는 감각, 가족과 이웃의 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지 묻는다.

이 소설은 헤수스 카라스코의 국내 첫 번역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내 아나이스, 두 딸과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낡은 시골집을 오가며 살아간다. 처음부터 곧 철거될 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예정된 끝은 몇 달이 아니라 10년이라는 시간으로 길어진다.

화자는 그 집에서 쥐와 싸우고, 새는 지붕을 막고, 버려진 건축 자재로 덩굴시렁을 짓고, 고장 난 말편자를 용접해 커피포트 손잡이를 만든다.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채 망가지면 다시 고치고, 임시로라도 버티게 만드는 손의 노동이 서사의 한복판을 차지한다.

그렇게 손을 쓰는 동안 정작 변하는 것은 집보다 사람이다. 글을 쓰던 화자는 짓기와 용접 같은 일을 자기 손으로 해내기 시작하고, 마누엘과 라파엘라, '본즈'라 불리는 이웃들과 가까워진다. 두 딸은 성장하고, 죽음에 임박한 장모 마요이를 간병하는 시간도 이 집 안팎을 채운다.

소설이 붙드는 핵심 개념은 '임시성'이다. 어차피 무너질 집이라는 사실은 미래 계획을 공고히 세우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의 시간에 더 깊이 머물게 하고, 집과 마당, 이웃과 식물, 동물과 사물까지 한층 애틋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손을 찬양하다'는 수작업의 미덕만 예찬하는 소설은 아니다. 손으로 하는 일이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는 방식이자, 집의 존엄을 지키고 관계를 만드는 행위라는 점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과정 그 자체를 살아내는 일이 어떻게 삶의 의미로 이어지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문장도 삶과 죽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 고통과 절망에 대한 경험 없이 존엄한 삶은 없다고 말하고, 죽음이 시간의 저편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히려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되묻는다. 임박한 상실 앞에서도 현재의 기쁨을 붙드는 태도가 책 전반에 스며 있다.

헤수스 카라스코는 2013년 첫 소설 '노천'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으로 유럽연합 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네 번째 장편 '손을 찬양하다'로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을 수상했다.

결국 이 소설은 끝이 정해진 것을 알면서도 왜 고치고, 왜 돌보고, 왜 사랑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만지며 살아가는 일이 삶의 본질과 어떻게 맞닿는지, 그리고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오히려 지금이 왜 더 소중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 '손을 찬양하다'/ 헤수스 카라스코 지음/ 임도울 옮김/ 민음사/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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