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상 없는 개막”…전쟁·보이콧 논란 속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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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전 09:37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세계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전쟁과 검열, 보이콧 갈등 속에 사상 처음으로 ‘황금사자상’ 없는 개막을 맞았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참가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끝에 심사위원 5명이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6일(현지시간)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22일까지 약 6개월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전역에서 열린다. 정식 개막일은 9일(현지시간)이며, 주요 전시는 자르디니 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펼쳐진다.

61회를 맞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본전시는 카메룬 태생의 큐레이터 코요 쿠오(1967~2025)가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비엔날레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여성 총감독으로 선임됐지만, 지난해 전시 준비 도중 별세했고 이후 큐레이터 자문단이 그의 구상을 이어받아 전시를 완성했다. 그가 남긴 올해의 주제는 ‘In Minor Keys’로, 음악의 단조를 뜻하는 동시에 비주류와 소수성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러시아 국가관(사진=연합뉴스).
◇러시아관 개관 허용…개막 전부터 파행

올해 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파행을 겪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3월 비엔날레 재단이 러시아관 개관을 허용하면서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참가 반대 여론이 커지며 사실상 불참 상태였지만, 올해 4년 만에 복귀를 결정했다.

논란은 심사위원단 집단 사퇴로 이어졌다. 위원장 솔란지 올리베이라 파르카스를 포함한 심사위원 5명은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국가의 예술가에게 상을 줄 수 없다”며 사실상 러시아와 이스라엘 보이콧을 선언한 뒤 전원 사퇴했다. 여기에 이란까지 개막 직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올해 비엔날레는 국제 분쟁의 긴장감 속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결국 올해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 등 기존 심사위원상을 폐지했다. 대신 관람객 투표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관객 사자상’을 도입하기로 했다. 시상식도 개막일이 아닌 폐막일인 11월 22일로 연기됐다. 비엔날레 측은 “개방성과 대화, 검열 거부라는 창립 정신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행사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본전시는 규모를 대폭 줄였다. 참여 작가는 111팀으로, 직전 행사였던 2024년(331팀)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신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이 천천히 머물며 사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여 작가의 90% 이상은 생존 작가이며, 절반 이상이 중견 세대다.

미술 지형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 비중은 약 20%,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은 15%까지 확대됐다. 카타르는 자르디니 공원에 새 국가관을 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르디니에 새로운 국가관이 들어선 것은 1995년 한국관 이후 30년 만이다.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도 처음으로 국가관을 선보인다.

지난해 별세한 총감독 코요 쿠오(사진=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해방공간’ 주제…韓요이 작가 참여

한국관은 최빛나 예술감독이 기획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꾸며졌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 수립까지의 3년을 재조명하는 전시로, 작가 최고은과 노혜리가 참여한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이 제주 4·3의 기억을 다룬 설치작품 ‘더 퓨너럴’을 선보여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본전시에는 한국 작가로 현대미술가 요이가 참여한다. 국제갤러리 소속 작가인 마이클 주도 초청됐다. 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전역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도 이어진다. 이우환은 산마르코 아트센터에서 약 20점 규모의 회고전을 열고, 심문섭 역시 조각과 회화를 아우르는 개인전을 선보인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시작돼 미술전과 건축전을 번갈아 가며 진행한다. 당초 홀수년에 미술전, 짝수년에 건축전을 여는 체제였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건축전이 1년 연기되면서 이후로는 홀수년에 건축전, 짝수년에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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