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을 39개 에피소드로 복원했다…원전 대조한 개론서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6일, 오전 10:19

[신간] '불교, 쉽고 깊게 읽기' 저자 이도흠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불교, 쉽고 깊게 읽기'는 불교 개론서가 흔히 빠지는 쉬움과 깊이의 분리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저자 이도흠은 원전 경전 대조와 우리말 용어 정리를 바탕으로 연기·공·업·윤회 같은 핵심 개념을 다시 풀고, 붓다의 삶과 21세기적 쟁점까지 한 권에 묶었다.

책은 기존 불교 개론서가 백과사전식 지식 나열에 머물거나, 반대로 난해함에 갇혀 독자를 밀어내 왔다고 본다. 저자는 이 두 한계를 함께 넘어서는 안내서를 목표로 삼는다. 사전식 풀이에 머무르지 않고 경전의 맥락과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짠 점이 책의 출발점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연기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연기를 단순한 상호 관련성으로만 보지 않고, 조건과 원인에 따라 생겨나는 '의존하여 일어남'으로 넓힌다. 여기서 다시 생성과 소멸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밀고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연기는 중도와 공으로 이어진다. 대승불교의 화엄 사상에 이르면 서로 말미암아 스며드는 차원까지 확장된다. 하나의 개념을 단계적으로 밀어 올리며 불교 사유 전체를 꿰는 방식이 이 책의 뼈대다.

용어 체계를 우리말로 다시 구성한 점도 핵심이다. 저자는 빨리어·산스크리트어·한문 용어와 경전 맥락을 대조한 뒤 '연기'를 '말미암아 나고 사라짐', '공'을 '나없이 빔', '오온'을 '다섯더미', '업'을 '짓는 일', '윤회'를 '돌림살이'로 풀어낸다. 번역을 넘어 한국어로 불교를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책은 해설서보다 원전 경전을 바탕으로 해석을 전개한다. 초기 불교의 디지털 허브와 한문대장경 디지털 아카이브를 활용해 출전을 밝히고, 빨리어본을 중심으로 산스크리트어본, 한문본, 티벳어본까지 비교 대조한다. 불교 개론서로는 드물게 학문적 엄밀성을 전면에 세운 셈이다.

붓다의 삶을 다루는 방식도 눈에 띈다. 책은 대승 경전의 과장과 신화를 덜어내고 초기 경전에 기대어 붓다의 생애를 39개 에피소드로 복원한다. 붓다가 화를 냈는지, 순다리와 관련한 모함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만민 평등을 외쳤을 때 지배층 반발에 어떻게 맞섰는지 같은 질문을 통해 신격화된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인간으로 다시 불러낸다.

공과 유, 윤회와 무아, 돈오와 점수 같은 오래된 난제도 피해 가지 않는다. 저자는 중도와 연기론을 바탕으로 이 쟁점들이 서로 배타적인 대립항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모든 존재가 조건에 따라 결합하고 흩어지는 만큼 공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생성도 가능하다는 식의 해석이 여기서 나온다.

저자 이도흠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자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공동대표다.

△ 불교, 쉽고 깊게 읽기/ 이도흠 지음/ 336쪽

[신간] '불교, 쉽고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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