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 셰프
지금이야 전쟁으로 우리의 시선이 석유에만 꽂혀 있지만 이란은 세계적인 밀 품종의 원산지다. 이란 동부와 아프가니스탄, 튀르키예까지 걸친 호라산 지역에서 재배되던 밀은 이집트 유적 발굴 도중 발견되면서 새로운 상품명인 '카무트'라는 이름도 얻었다.
카무트라는 미국 회사의 상표로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호라산 밀'(Khorasan Wheat)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돼도 호라산밀이라는 표기가 유지된다. 호라산은 페르시아말로 '해가 뜨는 곳'이라고 한다. 요즘 이란의 수도 이름을 붙인 테헤란로처럼 호라산밀도 꾸준히 입에 오르내린다.
카무트 곡물. (출처: Fructibus, CC0, via Wikimedia Commons)
이란 동부가 원산지인 호라산 밀
호라산밀의 인기는 풍요로 인해 우리의 대사 기능이 어긋나서 당뇨가 늘어나는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수퍼푸드라는 곡식류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호라산밀도 식이섬유와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당뇨 환자들을 위한 식이요법으로 쓰임새가 늘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당뇨 전 단계에 들어선 인구가 2000만 명 정도라고 하니 자발적인 잡곡류 소비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건강 곡식에 대한 수요 늘며 인기
얼마 전 인천에 있던 요양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건강한 노인만 입소 기회가 주어지는 그곳은 대기자가 300명 정도라고 했다. 여러 시설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문은 식당이었다. 나이 들수록 식사 준비가 가장 힘들다고 하기 때문이다. 메뉴를 보니 밥 종류는 반드시 쌀밥, 잡곡밥 2가지를 준비한다.
요즘엔 중년층이 많은 구청 구내식당에 가도 잡곡밥을 준비하는 곳이 많다. 흰밥에 노란 호라산밀이 군데군데 보인다. 식감도 좋으면서 호불호가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의 식당은 잡곡밥 하나만 두기도 한다. 이럴 경우 크게 튀지 않으면서 두루 좋아할 만한 잡곡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자발적인 혼식으로 잡곡 소비 늘어
호라산밀은 쌀맛보다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식감도 살짝 느낄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직접 재배도 늘고 있다. 전남 장성, 담양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도 재배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란 호라산 지역의 위도가 북위 30~39도 정도이고 우리나라 전남 지역이 북위 33~35도 정도 된다.
국내 도입 전 적응 시험을 마치고 재배가 시작됐다. 국산은 1㎏에 1만 원대이고 수입산은 대략 3분의 1 가격이다. 밥에 섞어 먹는다면 소량 구매해 보는 게 좋다. 밥을 할 때는 15분 정도 불리는 게 좋고 조금씩 양을 늘려가면서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모델이 해남에서 수확한 국산 카무트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국내 재배 환경에서도 잘 적응
호라산밀을 가루로 만든 제품은 빵이나 피자를 만드는 데 쓰인다. 밀가루에 섞어서 익혀 먹는 요리법에 적당하다. 바로 물에 타서 먹으려면 한번 볶아서 가루를 낸 선식용을 구입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호라산밀로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 밀 특유의 씁쓸하면서 부드러운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밥에 넣는 쓰임새가 가장 많다.
맥주, 제빵까지 용도도 다양
밀알 하나를 입에 넣고 입안에서 뒹굴려 봤다. 매우 단단해서 잘 씹히지 않는다. 하지만 노란 호라산밀과 쌀로 밥을 지으면 목 넘김이 좋아진다. 건강을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한 번쯤 맛보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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