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금강산"…김보민 '고독의 지리학'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7일, 오전 09:22

'고독의 지리학'전 포스터 (호호재 제공)

김보민 작가의 개인전 '고독의 지리학'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옥 전시관 '호호재'에서 1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금강산이라는 공간을 여성의 시선과 역사적 기록이라는 독특한 안경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자리다.

과거 조선 시대에 산수화는 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이 직접 험준한 산을 오르거나 그 풍경을 화폭에 담는 일은 사회적으로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황진이, 김만덕, 김금원 같은 선구적인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장벽을 넘어 금강산을 마주했고, 그곳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자유를 누렸다.

김보민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이동 경로와 그들이 느꼈던 감정의 지도를 현대적인 회화로 복원해 냈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버무려 내어 우리에게 '풍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하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김보민_비숍의 배_2024_마에 먹과 엷은 색_50x160cm호호재 제공)

작가는 직접 가볼 수 없는 금강산의 실체 대신, 19세기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의 기록이나 옛 아카이브 영상을 재료로 삼았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금강산의 모습에서 편견과 호기심을 동시에 읽어내며, 식민지 근대기의 아픔과 민족적 상징성이 얽힌 복합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작가는 여러 겹의 시간대를 한 화면에 겹쳐 놓음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던 금강산을 낯설고 신비로운 예술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억압받던 이들의 갈망과 낯선 이방인의 관찰이 교차하며 만들어 낸 지적인 탐험 보고서다. 특히 한옥의 개방적인 구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는 과거의 기록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만의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한옥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주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가 작품과 어우러져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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