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기반 조각 작품까지…베니스 비엔날래 한국관 9일 개막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7일, 오전 10:02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설치 전경, 2026. 사진 감동환. (아르코 제공)

전 세계 미술인의 축제인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미술의 저력을 보여줄 한국관 전시가 9일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막을 올린다. 11월 22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 현대미술의 사유와 깊이를 전하는 출발점이다.

올해 한국관이 내건 주제는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노혜리, 최고은 작가가 힘을 합쳐 한국관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 '요새'가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단단한 방벽을 뜻한다면, '둥지'는 생명을 소중히 품어 기르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두 작가는 조각과 설치 미술, 그리고 직접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 상반된 느낌이 어떻게 우리 삶과 연결되는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을 비롯해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 농부-활동가 김후주, 예술가 크리스티앙 니얌페타 등 5명의 '펠로우'가 예술적 동료로 함께한다.

노혜리, <베어링>, "기억하는 스테이션," 2026.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 설치 전경. 사진 감동환. (아르코 제공)

한강은 자신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조각 작품 '더 퓨너럴'(The Funeral)을 선보이며 슬픔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가수 이랑은 직접 만든 노래로 전시장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이웃 나라인 일본관과 역사상 처음으로 협동 작업을 진행해, 두 전시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작품을 서로 연결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이뤄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범헌 위원장은 "한국 역사의 특수한 장면인 '해방공간'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다시 불러내어 세계인과 소통하고자 했다"며 "작품들이 고정된 상태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의 새로운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미술을 넘어, 역사와 사람, 그리고 국가 간의 관계를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딱딱한 역사 이야기를 조각과 노래, 퍼포먼스라는 부드러운 언어로 풀어내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일본관과의 협력은 과거의 벽을 예술로 넘으려는 용기 있는 발걸음이다.

한국관은 우리 세대의 아픔과 희망을 '요새'와 '둥지'라는 친숙한 단어로 꾸몄다. 한국 미술의 현안 이슈를 알리는 공간이자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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