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부터 1973년까지…북한 영화의 황금기 재조명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7일, 오후 03:01

'천리마 북한 영화'는 해방 직후부터 김정일의 '영화예술론'이 나온 1973년까지 북한 영화사의 전반부를 추적했다. 주체 영화 이전 시기를 다시 들여다보며 삭제된 영화인과 작품, 천리마 시대 장르 영화의 형성 과정을 함께 복원한다.

'천리마 북한 영화'는 해방 직후부터 김정일의 '영화예술론'이 나온 1973년까지 북한 영화사의 전반부를 추적했다. 주체 영화 이전 시기를 다시 들여다보며 삭제된 영화인과 작품, 천리마 시대 장르 영화의 형성 과정을 함께 복원한다.

북한 영화의 초기 궤적을 따라가는 이 책은 항일 무장 투쟁 영화, 전쟁 영화, 천리마 시대 현실 영화가 어떻게 북한의 대표 장르로 굳어졌는지부터 짚는다. 영화 제작의 인적·물적 기틀이 마련되는 과정과 함께, 1960년대 후반 김정일이 영화 부문을 맡으며 영화계가 주체 영화 체제로 넘어가는 흐름도 한 축에 놓는다.

저자는 이 전환기에 앞선 성과가 어떻게 재평가되고 지워졌는지도 들여다본다. 주체 영화 시대로 접어들며 이전 전통은 '반혁명적'이라는 이름 아래 축소되거나 삭제됐고, 북한 영화의 토대를 다진 영화인 상당수도 공식 서술에서 밀려났다.

난점도 분명하다. 1970년 이전 제작된 북한 영화 대부분을 지금은 보기 어렵고, 영상 공백을 메울 문헌 자료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저자는 전 세계 아카이브에 흩어진 자료와 중국·일본 고서점에서 수집한 문헌을 바탕으로 초기 북한 영화의 흔적을 다시 더듬는다.

구성은 5부 16장이다. 1부와 2부는 해방 직후 북한 영화의 건설, 전쟁기 영화, 전후 복구기 예술영화와 항일무장투쟁 영화의 시작을 다룬다. 3부와 4부는 '더 많이, 더 빠르게'라는 천리마 시대 제작 기조 아래 장르 영화와 민족 고전 영화, 현실 주제 영화, 분단과 통일 문제를 따라간다. 마지막 5부는 유일사상체계와 김정일의 '영화예술론'을 다루며 주체 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지점을 정리한다.

저자는 북한 영화가 체제 결속과 이데올로기 선전을 위해 세 가지 핵심 장르를 개척했다고 본다. 항일 무장 투쟁, '조국해방전쟁', '천리마 운동'이 그 축이다. 반면 역사물, 코미디물, 과학 환상물처럼 상대적으로 비주류였던 갈래도 함께 살피며 '사도성의 이야기', '심청전', '춘향전' 같은 작품까지 시야에 넣는다.

삭제된 인물과 작품도 복원했다. 한국전쟁 말기 남로당 계열 숙청, 전후 소련파 비판, 1956년 8월 종파 사건, 1967년 이후 주체 영화 시대로의 이행을 거치며 많은 영화인이 영화사에서 지워졌다. 추민, 윤두헌, 서만일, 주인규 같은 이름과 '백두산이 보인다', '갈매기호 청년들' 같은 작품이 이 복원 작업 안에 들어온다.

1960년대 북한 영화의 황금기를 만든 연출가와 배우의 면면도 폭넓게 소환된다. 강홍식, 윤룡규, 정준채, 천상인, 박학 같은 연출가와 문예봉, 유원준, 심영, 엄길선, 김룡린, 김현숙, 최부실, 송영애, 우인희, 성혜림 등이 참여한 작품들을 함께 살피며 당시 영화판의 흐름을 그린다.

저자 한상언은 영화사 연구자이자 도서 수집가다. 한양대학교에서 한국 영화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남북한 영화사를 연구해 왔다.

△ 천리마 북한 영화/ 한상언 지음/ 45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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