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익숙한 호칭 뒤의 낯선 얼굴…미화없이 다각도로 비춘 삶의 단면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8일, 오전 09:01

[신간] '모르는 할머니'

'모르는 할머니'는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여성의 삶을 다시 비춰본다. 김보람, 김연재, 김유미, 김윤영, 이재임, 정인혜, 하라가 각자의 기억과 현재를 겹쳐 쓰며 가족, 돌봄, 욕망, 우정, 노년의 시간을 새로 기록한다.

저자들은 할머니를 익숙한 가족 호칭에만 가두지 않는다. '헌신적인 양육자'나 '지혜로운 어른' 같은 전형을 걷어내고, 한 사람의 욕망과 상처, 취향과 관계를 지닌 여성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회고담보다 여성의 시간을 다시 읽는 질문집에 가깝다.

구성은 산문 7편으로 짜였다. 김윤영의 '이야기 할머니, 할머니 이야기', 김유미의 '유미는 시니어가 취향', 김보람의 '어떤 내리사랑', 하라의 '쓸모의 문제: 우정을 지속하게 하는 조건에 관하여', 이재임의 '나의 엄마의 엄마', 정인혜의 '순례 씨는 도 살아간다', 김연재의 '과수원 과부들과 나'가 실렸다.

필진들이 다루는 범위는 넓다. 가족 관계가 남긴 흔적, 돌봄과 유대의 의미와 한계, 노년의 욕망과 섹슈얼리티, 나이 차를 가로지르는 우정과 사랑이 한 권 안에서 맞물린다.

각 글의 결은 또렷하게 다르다. 어떤 글은 사회운동을 시작한 손주를 응원한 할머니의 말에서 예상 밖의 권위를 발견하고, 어떤 글은 화투와 술자리, 친구 모임을 즐기던 할머니의 사교성과 흥을 복원한다. 또 다른 글은 산후우울과 노년의 불면, 사별 이후의 동맹, 병든 몸을 돌보는 일상 속에서 여성의 생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이 책의 묵직함은 할머니를 미화하지 않는 데 있다. 불평하고, 훔쳐 가고, 사랑을 주고, 상처를 남기고, 여전히 살아가고, 때로는 관능적이기까지 한 존재로 그린다. 그 과정에서 할머니는 추억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흔드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결국 '모르는 할머니'는 할머니를 아는 책이기보다, 우리가 할머니를 얼마나 단순하게 이해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가장 가까운 호칭 안에 숨어 있던 낯선 얼굴을 마주하게 하며, 여성의 생애를 세대와 연령을 가로질러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모르는 할머니/ 김보람·김연재·김유미·김윤영·이재임·정인혜·하라 지음/ 17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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