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물이 멈춘 날'
'강물이 멈춘 날'은 자기 아이를 잃게 한 한 아버지가 죄책감과 수치심, 수감 생활을 지나 다시 삶의 의지를 되살리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월리 램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인간에게도 구원과 용서가 가능한지 집요하게 묻는다.
소설은 26개월 쌍둥이를 차에 태운 채 후진하던 코비의 평범한 아침에서 시작한다. 장작더미에서 나무토막이 굴러떨어진 줄 알았던 순간은 곧 아이의 죽음으로 바뀌고, 그의 삶은 과실치사와 수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556쪽 분량의 이야기는 이 비극 이후 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또 버티는지를 4부에 걸쳐 따라간다.
이 소설의 첫 번째 힘은 비극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데 있다. 코비는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낙인 앞에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감옥 안에서도 끊임없이 자기혐오와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작가는 그의 절망을 값싼 감동으로 덮지 않고 오래 붙든다.
중심 이미지는 제목의 '강물'이다. 조경 작업 중 충동적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강으로 달려간 코비는 물보라와 햇빛, 돌과 소리 속에서 오랫동안 잃고 있던 감각을 되찾는다. 콘크리트와 무감각 속에 갇힌 삶 바깥에 아직 다른 감각의 세계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 장면에서 처음 열린다.
월리 램은 구원을 기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교도소는 코비를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 넣는 공간이기도 하고, 동시에 빛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설이 반복해서 묻는 것은 벌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후반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벽화다. 교도소 도서관 벽화 작업을 맡은 코비는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한 개인의 비극과 무심하게 계속되는 세계를 함께 그려낸다. 벽화 오른쪽 끝 작은 초록색 번데기와 나비의 형상은 잃어버린 아이를 향한 사죄이자 그가 끝내 포기하지 못한 삶의 흔적이 된다.
작가의 이력도 작품의 결을 이해하게 한다. 월리 램은 여섯 편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발표한 작가이면서, 코네티컷주의 여성 교도소에서 20년 동안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억눌린 사람들의 목소리와 감옥이라는 공간의 질감, 거기서 피어나는 연대의 감각이 소설에 설득력을 더하는 이유다.
△ 강물이 멈춘 날/ 월리 램 지음/ 박산호 옮김/ 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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