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쏘주, 뒷고기도 섬마을에선 시가 된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08일, 오전 09:01

[신간]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김영춘의 네 번째 시집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는 '노지 쏘주'나 '뒷고기' 등 섬마을의 평범한 물품들이 문득 시가 되는 순간을 붙든다.

시집은 4부 61편으로 짜였다. '몇 조각의 말' '뒷고기' '노지 쏘주'에서 '위도 화투' '오래된 수건' '한 다리로 서서'까지, 구석진 사물과 생활의 풍경을 끌어와 지나간 시간을 다시 만지게 한다.

특히 '노지 쏘주'나 '뒷고기' 같은 시편은 김영춘 특유의 말맛을 잘 드러낸다. 친숙한 사물과 음식 이름을 끌어와 뒤처진 삶과 허물없는 관계, 자잘한 상처를 나누는 밤의 감정을 시로 바꾼다.

대표 시편들은 평범한 대상을 통해 오래 남는 감정을 건드린다. '목이 긴 흰 새'는 생계를 부여잡은 존재의 슬픔을 흰 새의 몸짓에 겹쳐 놓고, '바다에는 이르지 못하고'는 끝내 닿지 못한 채 살아가는 시간의 대부분을 돌아본다.

[신간]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시집에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학교에 있었던 시인의 시간이 짙게 배어 있다. 섬 학교 선생들, 교실, 행정실, 퇴임하는 직원 같은 장면은 개인의 추억을 넘어 일과 생계, 관계와 소멸의 감각으로 번져간다.

전북 고창의 바닷가 가까운 마을에서 자란 이력도 시의 결을 만든다. 바람과 바다, 잎사귀와 마른 생선, 갈매기와 개울 같은 자연물은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이런 사물과 풍경에 기대어 외로움과 가난, 그리움과 생명의 기미를 낮은 목소리로 드러낸다.

김영춘은 전북 고창의 바닷가 가까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나비의 사상' '다정한 것에 대하여'를 펴냈고,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있었다.

△ '너는 왜 가끔 시가 되느냐'/ 김영춘 지음/ 128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