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 호텔 짓나 했는데”…우범도시 관광지로 바꾼 일본의 리조트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08일, 오전 10:32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 전경 (사진=호시노 리조트)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저희 호시노 리조트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묻는다면 ‘지역과 재생’이라고 답합니다.”

이승현 호시노 리조트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는 지난 7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시노 리조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어느 호시노 리조트 시설이라도 반드시 넣으려고 하는 요소”라며 “깊이 있는 지역 요소를 공간에 담고, 나아가 리조트 운영을 통해 지역 재생까지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프레스 발표회에서 호시노 리조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설명하고 있는 이승현 호시노 리조트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 (사진=이민하 기자)
1914년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의 작은 료칸에서 출발한 호시노 리조트는 이 철학 하나로 100년을 버텨왔다. 현재 국내외 74개 시설을 6개 브랜드로 운영하는 일본 대표 리조트 운영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제 그 재생 디엔에이(DNA)를 태평양 건너 괌에 이식하는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5년 한국인 투숙객은 전년 대비 19% 늘었고, 2026년 예약은 이미 2025년 전체 예약의 81%에 달한다.

이번 발표회의 핵심은 리조나레 괌의 재생 프로젝트와 신규 시설 확장 계획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괌 최초 비치클럽 조성, 2028년 미국 뉴욕 진출 계획까지 공개하며 글로벌 무대로의 본격 진입을 선언했다.

오사카 신이마미야에 2022년 개관한 ‘오모(OMO)7 오사카’ 전경 (사진=호시노 리조트)
◇쇠퇴한 지역을 되살린다…재생 철학의 현장

호시노 리조트의 ‘재생 전략’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는 오사카 신이마미야에 2022년 개관한 ‘오모(OMO)7 오사카’다. 신이마미야는 오사카에서도 손꼽히는 기피 지역이었다. 일용 노동자·노숙인이 밀집한 이른바 ‘아이린 지구’의 중심부로, 허름한 식당과 값싼 숙소가 뒤엉킨 우범지대 이미지가 짙게 깔려 있었다. 밤마다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아 오사카의 ‘그늘’로 불리던 곳으로 호텔이 들어서기까지 40년 동안 공터로 방치됐다.

개발 발표 당시 오사카 기자들은 일제히 “왜 이곳을 선택했습니다”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승현 매니저는 “이미 관광지로 자리잡은 지역이 아닌 신이마미야에 지어야만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신이마미야는 난바·덴노지·신세카이 등 오사카 주요 관광지와 접근이 편리한 교통 요지였다. 관광 거점으로서 잠재력은 충분했지만, ‘이미지’라는 장벽이 그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이 매니저는 오모7 오사카가 문을 연 이후 주변에서 “거리가 바뀌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고 설명했다. 호텔 도보 1분 거리의 신이마미야역 주변 정비가 급물살을 탔고, 오사카 타코야키 원조 가게 아이지야는 호텔과 제휴해 매일 밤 직원이 출장 와 타코야키를 직접 구워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권과 연결됐다. 한때 기피 지역이었던 거리가 여행자들이 앞다퉈 찾는 목적지로 변신한 것이다.

홋카이도 리조나레 토마무의 목장 (사진=호시노 리조트)
홋카이도 리조나레 토마무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골프장이었던 부지를 과감히 없애고 젖소 목장으로 전환했다. 겨울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골프장 대신 홋카이도 본연의 모습인 목장으로 재생한다는 구상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접 지역 신무카프무라는 목장 전환 후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가토 총지배인은 “리조트 재생이 인구 감소라는 지역 과제 해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올 10월 오픈하는 괌 최초의 비치클럽인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 비치 클럽 전경 (사진=호시노리조트)
◇괌 최초 비치클럽…쇠퇴한 관광지에 새 공식 쓴다

재생 철학은 이제 괌을 향해 달린다.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은 한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해외여행지였다. 실제로 “한국인 10명 중 한 명이 방문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팬데믹과 태풍, 환율 변화를 거치며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경쟁지들이 신규 시설을 속속 개발하는 사이 괌은 신규 투자와는 거리가 먼 곳이 되고 있다. 호시노 리조트는 이 상황을 뒤집을 무기로 비치클럽을 내세웠다. 박미정 리조나레 괌 담당 매니저는 “지금 대한민국 여행 트렌드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닌 무엇을 하느냐로 바뀌고 있다”며 “휴양보다 경험, 가격보다 가치, 아이 중심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여행으로의 변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올해 오픈하는 두 신규 시설이 그 답이다. 오는 8월 문을 여는 올데이 다이닝 초초(CHO CHO)는 괌 전통 차모로 요리와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향토 음식 등 괌의 역사가 담긴 요리를 아침부터 밤까지 선보인다. 식사 자체가 하나의 괌 문화 체험이 되는 구조다. 10월 오픈하는 비치클럽은 괌 최초의 비치 클럽이다. 리조나레 괌의 이토 유다히 매니저는 “호텔 문을 열면 바로 프라이빗 비치가 펼쳐진다. 계단을 내려가거나 길을 건너는 과정이 없다”며 “전통 차모로 건축 양식인 라테(Latte) 모양을 본뜬 건물로 설계했다. 건축비가 두 배 든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괌의 전통을 구현하는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호시노리조트는 2028년 미국 뉴욕 진출도 예고됐다. 뉴욕 맨해튼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샤론 스프링스는 1800년대 중반 온천 휴양지로 번성했다가 쇠퇴한 곳이다. 호시노 리조트가 재생 1순위로 점찍은 무대다. 이승현 매니저는 “뉴욕 진출은 일본 호텔업계가 1980년대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수십 년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라”라며 “리조나레 괌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 본토인 뉴욕 진출을 이어가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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