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가린 마음을 열기까지…담요 소녀 예지와의 우정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10일, 오전 07:00

[신간] '만나서 말 좀 하자'

'만나서 말 좀 하자'는 문자와 마스크 뒤에 숨은 아이가 얼굴을 맞대고 자기 마음을 말하는 법을 배워가는 어린이동화다. 후드티와 마스크로 자신을 감춘 시경이와 담요를 두른 예지의 이야기를 통해 오해를 푸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직접 마주 보는 대화라고 말한다.

주인공 시경이는 후드티와 마스크로 자신을 꽁꽁 숨기고 산다. 새 학기가 되자 '반 아이들과 만나서 주말 보내기'라는 숙제가 떨어지지만, 어렵게 나간 자리에서도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눈치만 보다 자리를 피한다.

후드티와 마스크는 시경이에게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다. 후드티는 자기를 품어주는 보호막이고, 마스크는 자신을 숨겨주는 가림막이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든다는 시경이의 고백은 이 아이가 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지 보여준다.

시경이는 영어학원에서 예지를 만나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늘 담요를 두르고 다니는 예지는 시경이에게 처음으로 자신과 닮은 아이처럼 보인다. 학교 친구들과는 달리 예지와는 잘 통한다고 느끼고, 둘은 '후드티와 담요' 같은 친구가 된다.

[신간] '만나서 말 좀 하자'

하지만 닮았다는 사실이 곧 관계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후드티를 벗지 못하는 시경이와 담요를 버릴 수 없는 예지의 우정은 작은 오해 앞에서 흔들린다. 냉랭하게 변한 예지와 학교 아이들의 시선 속에서 시경이는 더 움츠러든다.

동화는 문자 중심 소통의 한계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시경이는 예지와 오해를 풀고 싶지만 문자를 주고받을수록 관계가 술술 풀리기는커녕 더 꼬여 간다고 느낀다. 결국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라고 문자를 보내는 장면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전환점이 된다.

이 동화는 요즘 아이들의 소통 방식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아울러 시경이의 갈등은 단지 친구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새엄마와의 관계, 아빠의 시선, 학교 안에서의 위축된 태도가 겹치면서 아이가 자기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층층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소통 예절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말을 잃은 아이가 자기 언어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성장 이야기다.

△ 만나서 말 좀 하자/ 김경옥 글/ 주성희 그림/ 을여는책/ 13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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