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네이버웹툰)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이제 막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된 나이대의 인물들이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찌보면 미숙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공포물에 최적화된 나이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인공들에게 ‘왜 이걸 건드려서!’라며 원망하거나 순간 미운 마음을 갖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 같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쉴새없이 다음 편을 누르다보면 어느새 끝에 와있는 바쉬 작가의 ‘기생번식’은 이제 두번째 장에 다다랐다. 완결 후 몰아서 보는 것도 재미라지만 한 주 한 주 기다리며 댓글에 감상을 남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떤 작가는 말했잖은가, 웹툰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을 두고 작가와 독자가 의견을 주고받는 독특한 장르라고.
다음은 바쉬 작가와의 일문일답.
-‘꼬리잡기’에 이어 ‘기생번식’이라는 스릴러로 다시 돌아왔는데, 이 장르를 고집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스릴러와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취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쪽 장르를 좋아하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두 분 다 영화광이셔서 저와 동생을 데리고 극장을 자주 다니셨고 매주 비디오도 빌려 보았거든요. 특히 명작 스릴러는 놓치지 않는 분들이셨어요.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다양한 장르를 즐겨 보지만 창작을 시작하면 머리가 이쪽으로만 돌아가요.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 스릴러를 하게 되었는데, 기생번식에는 오컬트라는 판타지적 요소도 가미해 보았습니다.
-전작인 꼬리잡기와는 평범한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미성년자에서 졸업한 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그래서 한창 성인으로서 적응 중인 나이대의 주인공들이 위기 상황에서 실수와 오류를 연발하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성장하거나 추락하고요. 그 성장과 추락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 극명히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또 위기 대처 능력이 꼭 나이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를 압박하기에 학교는 좋은 수단일 때가 많습니다.
-기생번식은 반지를 매개로 하고 있는데 소재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주인공들 간의 주종관계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며 종속성을 상시 확인할 수 있는 직관적인 매개체가 필요했는데 반지가 가장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이라는 신체 부위에 드러내 놓고 착용하는 아이템이라 다양한 연출에 활용하기 좋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각각의 반지에 얽힌 미션을 풀려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데, 각기 다른 커플링들을 가진 이들을 한 곳에 모아야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작은 사건도 크게 증폭되고 인물 간 관계에서 오는 재미도 엮어낼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만남은 필수불가결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특히 기생번식의 주인공들은 반드시 한자리에 모여야만 스토리가 결말에 닿을 수 있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모아놓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의 남자친구인 선재처럼 반지의 기능을 모르고 끼게 된 종속자들은 좀 억울할 것 같은데.
△같이 투고준비 하던 작가동생들과 서로의 시놉시스를 공유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생번식에 대한 감상이 전부 ‘노예들 불쌍해...ㅠㅠ 바쉬언니 싸이코패스…’였습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서로를 믿거나 의심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얽히면서 독자들도 계속 의심하고 궁금해하는 듯 하다. 작품 속에서 인간의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지.
△개인적으로 저는 작품을 통해 어떠한 인간관이나 가치관을 강조할 만큼의 내공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지적 레벨에 오르는 날이 온다 해도 저는 그냥 그런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가 재미있어서 계속 그릴 거 같아요. 작가가 개성을 부여한 캐릭터들이 특정한 사건에 뛰어들었을 때 서로 의심하고 갈등하게 되는 전개는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집중해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 웹툰이 초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연출이 불친절하다는 의견도 있고요(ㅠ▽ㅠ). 그래서 그런지 몰아서 보는 게 더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꼬리잡기도 기생번식도 첫인상만 그럴 뿐이지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의 장르물입니다. (제 스타일의 개그코드도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연재물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달릴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많으니까요, 좋아하는 포인트에 집중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도 봐주시면 그게 최고일 것 같습니다.
-평소 본인은 어떤 성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MBTI의 ○N○○을 제외한 E/I, F/T, P/J가 50 대 50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검사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와요. 개성이나 취향이 또렷한 사람도 아니고 팔랑귀입니다. 예전에는 저의 이런 성향이 참 노잼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활동을 하면서는 꽤 괜찮은 성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때도 편하고, 스토리를 짤 때도 고통스러운 번뇌 없이 매주 로봇처럼 마감할 수 있습니다.
-평소 즐겨보는 다른 웹툰이나 영화, 콘텐츠가 있다면. 혹은 여름을 앞두고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연재 중에는 콘텐츠를 드문드문 접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시청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용감한 형사들’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직 형사님들이 과거 담당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데, 보고 있으면 악인(惡人)의 심연을 간접 경험하게 돼요. 화도 나고 오싹하기도 하고…. 그래도 여기 등장하는 사건은 전부 해결된 사건들이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매 편 에피소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래 과몰입하지 않게 되는 점도 좋습니다.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고 싶을 때 추천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체가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 들고 이쁜 것 같다. 그런데 전작 중 하나인 ‘과격자매단’에서 자매를 둥글둥글하고 비교적 단순하게 그린 이유가 있나.
△감사합니다. 그림 그리는 건 언제나 재미있어요. 하지만 과격자매단에서 자매를 단순하게 그린 이유는… 그때는 그것밖에 그릴 줄 몰라서였습니다ㅠㅠㅋㅋㅋ. 꼬리잡기가 제 인생 첫 극화체입니다. 그 전에는 과격자매단 같은 말랑한 그림체밖에 그릴 줄 몰랐어요.
-앞으로 연재는 어느 정도 남아있고, 어떤 부분을 기대하면 좋을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꼬리잡기 때부터 느낀 거지만 저는 다정하고 혜안을 가진 독자님들이 핵심 독자층인 작가입니다. 스릴러 장르에서는 이게 어려운 일이라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기생번식’은 크게 ‘빙고’ 편, ‘폐창고(보물찾기&숨바꼭질)’ 편, ‘무한미로’ 편, 그리고 마지막 게임까지 총 4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폐창고편 초입 부분입니다. 앞으로 주인공들은 좀 더 긴밀해진 관계 속에서 생존게임을 통해 반지의 비밀을 찾아내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입니다. 서로 간의 인과관계도 풀어낼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이제 곧 여름이니 매주 오싹한 오컬트 스릴러 한 편씩 감상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기생번식을 함께 달려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