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임명 기준 바로 세울 때[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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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전 05:3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장기간 공석 상태였던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자리를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다. 예술의전당,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페라단을 시작으로 국립정동극장, 그리고 예술단체는 아니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의 기관장이 잇달아 임명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새 위원들을 위촉하고 위원장 선출까지 마무리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기초예술분과 제2차 회의에서 관련 문야 전문가들과 함게 현황을 파악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인사지만 문화예술계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인사의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나 예술행정 경험보다 정치적 성향과 대중적인 유명세가 더 부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강조해온 만큼 이번 인사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체부 산하 국립예술단체 기관장은 대부분 장관 임명으로 결정되는데, 인선 과정과 검증 과정은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돼왔다.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각 단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피로감도 크다.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단체 운영 기조가 달라지고, 기관장 선임이 늦어질 경우 주요 사업 추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딱 1년 전 문체부는 ‘공연예술 정책’을 발표하며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선발 절차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역량 있는 인재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공개 모집, 선발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검증 절차, 임기 만료 이전부터 후임 선임을 준비하는 사전 선임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인선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체부의 발표는 흐지부지됐다. 결국 문화예술계는 비슷한 인사 논란을 반복해서 마주하고 있다.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인사가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열린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기초예술 분과 회의에서도 전문성을 기준으로 한 기관장 선임 필요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충분히 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판단해 임명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물론 인사권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국립예술단체는 예술적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장 인선 과정 역시 문화예술계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절차를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임명 기준과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공개 지원과 검증 절차를 확대하고, 예술 현장 경험과 공공기관 운영 역량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지금도 새 기관장을 기다리고 있는 국립예술단체들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이어질 인사에서는 더 이상 ‘보은 인사’나 ‘셀럽 인사’라는 말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립예술단체 기관장 인사는 단순한 자리 배분이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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