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들이 있었던 곳'
'그들이 있었던 곳'은 1980년 5월 광주를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낸 장편소설이다. 저자가 24년 전에 쓴 '광야'를 손질해 새 제목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증언으로 5월 광주를 밀어붙이지 않는다. 시민군 김선욱, 계엄군 강선우, 항쟁 지도부 박태민, 신부 도예섭, 외신기자 머턴 등 서로 다른 자리에 선 인물들을 전면에 세워 폭력과 저항, 목격과 선택의 시간을 겹쳐 보여준다.
책은 '작가의 말' 뒤에 '운명' '해방광주' '역사의 영혼'으로 이어진다. 광주의 시작과 전개, 도청을 둘러싼 마지막 시간까지를 한 덩어리로 묶지 않고 단계적으로 따라가며, 사건의 흐름과 인물의 내면을 함께 밀고 나간다.
소설의 장면들은 기록을 압축 요약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비 내리는 도시의 적막, 피범벅이 된 거리, 태극기를 들고 뛰어나간 청년들, 도청을 둘러싼 침묵과 총성 같은 순간들이 이어지며 독자를 현장 가까이 데려간다. 광주는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겪는 공간으로 다시 세워진다.
작품은 정치 상황도 빼지 않는다. 무정부 상태처럼 보이는 시간에 왜 비정치적 범법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짚고, 전두환과 글라이스틴 미국대사, 위컴 한미연합사령관까지 끌어들여 5월 광주를 둘러싼 권력의 층위를 드러낸다.
정찬은 '작가의 말'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막으려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모습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다고 밝힌다. 그때 발견한 감각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를 말하며, 5·18을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다시 호출되는 시간으로 다룬다.
정찬은 1983년 중편 '말의 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기억의 강' '완전한 영혼' '아늑한 길' '베니스에서 죽다' '희고 둥근 달' '두 생애' '정결한 집' '새의 시선', 장편 '세상의 저녁' '황금 사다리' '로뎀나무 아래서' '그림자 영혼' '빌라도의 예수' '광야' '유랑자' '길, 저쪽' '골짜기에 잠든 자' '발 없는 새'와 산문집 '슬픔의 힘을 믿는다'를 냈다. 동인문학상과 동서문학상, 올해의예술상, 요산김정한문학상, 오영수문학상도 받았다.
△ '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지음/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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