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과 맹지, 그리고 세 사람…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11일, 오전 09:01

[신간] '우리들의 농경 사회'

'우리들의 농경 사회'는 기도원에서 빠져나온 세 사람이 빈 땅에 뿌리내리며 한 해를 건너는 장편소설이다.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인 소설은 절기와 노동의 감각을 앞세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소설은 선지와 문복, 그리고 '나'가 친구의 죽음과 얽힌 남자를 다마스에 태운 채 산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열린다. 셋은 각기 다른 사정 끝에 한 기도원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곳에서 몸만 자란 채 오래 버텨 온 인물들이다.

이야기는 이들의 도주를 따라가면서도 소한부터 대설까지 이어지는 절기 구조로 시간을 단단히 묶는다.

도착한 곳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버려진 듯한 땅과 황토집이다. 셋은 마른 멸치로 끼니를 때우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자신을 구순태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나 농사일로 끌려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소설의 속도는 추격과 공포의 리듬에서 계절과 노동의 리듬으로 바뀐다.

인물들은 감자를 심고 완두콩을 뿌리고, 참깨를 털고 들깨를 짜는 일을 겪으며 조금씩 몸의 감각을 회복한다. 날씨와 절기가 앞서고 사람은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세계가 펼쳐진다. 무엇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는지는 욕망보다 때와 손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점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그렇다고 땅이 곧바로 안식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바깥의 빈 땅에도 욕망과 폭력의 기척은 스며들고, 세 사람의 과거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은 농사를 낭만화하기보다, 흔들리는 삶이 다시 중심을 잡는 과정을 오래 붙든다.

소설이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 농사 자체보다 손의 감각이다. 구순태가 내미는 노동은 출신과 과거를 앞세우는 대신 같은 자세로 땅 앞에 서게 만든다. 머리로만 계산하던 인물들이 흙을 만지고 계절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다시 알아차리게 되는 셈이다.

결국 '우리들의 농경 사회'는 땅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보다, 과정이 지워진 시대에 무엇이 삶을 버티게 하는지 묻는 소설에 가깝다. 삽을 들고 씨를 뿌리고 계절을 건너는 장면들은 생존과 회복을 추상어가 아닌 몸의 감각으로 다시 끌어온다.

△ 우리들의 농경 사회/ 이소정 지음/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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