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자국 묻은 고서부터 태조 왕지까지”…기증이 만든 ‘위대한 유산’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11일, 오전 09:25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이 시민들의 기증으로 모인 귀중한 고문헌을 공개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발급한 왕지(王旨)부터 일제강점기 조선 수탈 기록 지도까지, 개인이 간직해온 자료들이 국가의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조명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도 고문헌 기증 자료 가운데 대표 유물을 소개하는 특별전 ‘위대한 유산전: 기증으로 빚은 우리의 이야기’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태조 이성계가 발급한 '왕지'(사진=국립중앙도서관).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은 1398년(태조 7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지대(李之帶)를 경상우도 수군첨절제사로 임명하며 발급한 ‘왕지’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이지대 왕지(1416년)’보다 18년 앞선 자료로, 조선 초기 인사 행정과 관직 체계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유물이 기증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유물 자체뿐 아니라 기증자들의 사연에도 주목한다. 일제강점기 경성부립도서관에서 근무했던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일제의 조선 수탈 기록이 담긴 지도 100점을 기증한 고전완 씨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선친께서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모으신 자료”라고 밝혔다.

시장 좌판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서를 기증한 시민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윤예슬 씨는 “핏자국 묻은 낡은 ‘고문진보’ 한 권을 우연히 구매했다”며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 기증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혜원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은 “한 개인이 평생 간직한 자료를 아무 대가 없이 국가에 기증하는 일은 숭고한 결단”이라며 “기증된 고문헌은 단순한 옛 책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빈 곳을 채우고 미래 세대에 전할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1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5층 고문헌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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