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숨은 얼굴 마주하기"…'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11일, 오전 10:00

<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 포스터 (일민미술관 제공)

일민미술관은 건축 100주년을 축하하며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7월 12일까지 열릴 '오프 더 화이트: 주름과 망루'는 미술관이라는 공간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시다. 김동희와 우한나, 두 명의 젊은 예술가가 참여하여 우리가 흔히 '작품을 담는 하얀 방'으로만 생각했던 미술관의 진짜 모습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장소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정의하고 보여주는지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평소 관객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벽의 질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작품을 옮기는 규칙처럼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김동희 작가는 그동안 전시가 끝나면 부수어지거나 창고로 들어갔던 구조물들의 흔적에 집중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진열대' 시리즈는 미술관이 어떤 물건을 '예술 작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잔해들을 다시 전시장으로 불러들여 자료처럼 배치함으로써, 미술관의 시선이 사물에 부여하는 가치를 되짚어보게 한다.

김동희, 검은 기둥 Black Columns, 埻培埻埻, Wood, dimensions variable (일민미술관 제공)

반면 우한나 작가는 천을 꿰매는 봉제 기법을 이용해 미술관의 딱딱한 규칙에 부드러운 변화를 준다. '로코코풍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같은 작품들은 정해진 규격과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는 권위적일 수 있는 전시 공간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비틀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전시 제목인 '주름과 망루'는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잘 나타낸다. 주름은 딱딱한 체계를 부드럽게 접어내는 우한나의 태도를, 망루는 미술관의 역사와 장소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관찰하는 김동희의 시선을 뜻한다.

우한나, 낙수장 Fallingwater, 埻培埻埿, Carpet, sponge, sewing machine, sound (Sound: Sewing Machine by Song Youngnam), dimensions variable (일민미술관 제공)

이 전시는 미술관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관람객들은 하얀 벽 뒤에 숨겨진 예술의 조건을 발견하며, 우리가 무엇을 보고 왜 예술이라 부르는지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현대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열린다. 미술관 바깥 옛 출입구에 마련된 '비트린' 공간에서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관객을 맞이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미술관의 백 년 세월과 현대 예술의 신선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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