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아트페어의 김동현 이사가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값비싼 자릿세 대신 독창적인 기획력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미술 장터가 문을 연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가 기존 미술 시장의 관행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아트페어의 김동현 이사는 "단순히 자리를 빌려주는 임대업자가 아니라 갤러리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참가비 부담이 사라진 갤러리들이 스스로 부스 연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전시가 결국 좋은 판매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갤러리로부터 부스비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아트페어는 갤러리가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가 작품을 파는 방식이었으나, 하이브는 이 장벽을 허물었다. 덕분에 참여한 48개 갤러리는 참가 비용을 걱정하는 대신 그 예산을 오롯이 전시 퀄리티를 높이는 데 쏟아부었다. 갤러리 이름만 내걸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각 부스마다 독특한 전시 제목과 기획 의도가 담겨 마치 48개의 갤러리 158명의 작가가 겹치기 출품 없이 저마다 작은 개인전을 모아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HIVE ART FAIR) 조감도 (하이브 아트페어 사무국 제공)
주최 측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참여 갤러리들의 전시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전 조율이 없었음에도 절반 이상의 갤러리가 '지속가능성'과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화려한 판매 문구 뒤에 가려져 있던 미술계의 진심 어린 고민이 '부스비 무료'라는 정책 덕분에 밖으로 터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아트페어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단순히 그림을 벽에 거는 수준을 넘어 작가와 대화하는 시간이나 화려한 퍼포먼스가 부스 곳곳에서 열린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코어' 특별전에는 기업들의 후원도 잇따랐다.
관람객 서비스 역시 차별화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컨설팅사가 도슨트 프로그램을 맡아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하며, 올해 작품을 사는 사람에게는 내년 VIP 자격을 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해 '진짜 수집가'를 우대한다.
'제1회 하이브 아트페어' 포스터 (하이브 아트페어 사무국 제공)
이번 아트페어는 정체된 미술 시장에 의미 있는 시도다. 자본을 내세우는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기획력이라는 알맹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노력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다만, 관건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의 지속성이라는 미술계 일각의 신중한 관점도 경청해야 한다.
하이브 아트페어가 구조가 바뀌면 내용이 바뀐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나섰다. 이번 행사는 예술이 단순히 사고파는 물건을 넘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창구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시도가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