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67년 만에 '샤일록'…20세엔 권선징악, 80대 땐 '이것' 표현"(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12일, 오후 05:32

배우 신구(오른쪽), 박근형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바탕으로 법과 자비·복수와 선택의 충돌을 그린 이번 작품은 고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물 간의 감정과 대립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2026.5.12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60년이 훌쩍 지났네요. 학생 시절에는 제 마음대로 표현하던 시절이었죠. 스무 살의 샤일록이 '권선징악'이었다면, 지금은 '사람'을 표현하고 싶어요." 67년 만에 '탐욕의 화신' 샤일록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원로 배우 박근형(86)은 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20대 시절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놀(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각색·연출 오경택을 비롯해, 신구·박근형·카이·최수영·원진아·이상윤 등 13명이 참석했다.

'베니스의 상인'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의 대표 희극이다. 이 작품은 거상 '안토니오'가 친구 '바사니오'의 구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위기에 처하지만, 지혜로운 여인 '포샤'의 재판을 통해 극적으로 구원받는 이야기다.

1959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1기로 입학한 박근형은 같은 해 학교 공연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 역을 맡았다고 한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고(故) 이근삼 작가는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수확은 박근형"이라고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새내기 시절 연기했던 이 냉혈한 캐릭터를,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마주하게 됐다.

박근형은 "젊었을 땐 순진하고 천진난만하게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진정한 배우로서 샤일록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때보다는 완숙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 드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신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바탕으로 법과 자비·복수와 선택의 충돌을 그린 이번 작품은 고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물 간의 감정과 대립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2026.5.12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신구 "건강, 뜻대로 안 되지만 운동하며 노력"
이날 동석한 신구(90)는 건강을 염려하는 취재진에게 "고맙다"며 "나이 드니 몸이 뜻대로 안 되지만, 나름대로 걷기 운동도 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기의 원동력에 대해서는 "내가 하고 싶고, 즐겁고, 보람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남아 있는 힘이 있으니, 그것을 동력 삼아 한다"고 답했다. 그는 2023~2025년 박근형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전국 공연을 펼쳤고,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불란서 금고'에도 오는 6월 초까지 출연한다. 이어 7월엔 '베니스의 상인'에서 재판을 주재하는 '공작'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노(老)배우는 '전석 매진'에 대한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공연장인 해오름극장은 1000여 석 규모인데, 만석을 채우려면 관객 3만 명이 와야 한다"며 "서울시는 약 1000만 도시이니, 3만 명 동원쯤은 우습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수영(소녀시대 수영)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바탕으로 법과 자비·복수와 선택의 충돌을 그린 이번 작품은 고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물 간의 감정과 대립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2026.5.12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최수영 "포셔, 알아갈수록 재치 넘치는 여성"
연극 무대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최수영(36)은 법정의 흐름을 뒤바꾸는 '포셔' 역을 맡아 원진아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포셔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이라,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정의를 위해 남장을 하고 재판에 참여하기까지 얼마나 큰 모험심이 필요했을까 싶죠. 포셔를 알아갈수록 지혜롭고 재치가 넘치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묻자, 오경택(52) 연출은 "연극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장르"라며 "유대인인 샤일록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지요. 그동안 샤일록은 복수의 잔혹성 때문에 악인으로 비쳤지만, 이번 공연을 본 관객은 '샤일록이 꼭 나쁜 사람인가?' 싶을 겁니다. 이 작품을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은 오는 7월 8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에서 열린 연극 '베니스의 상인'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한세라, 수영, 박근형, 신구, 원진아, 김아영, 김슬기, 조달환, 최정헌. 2026.5.12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jsy@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