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 ‘사랑길 따라’(2024 사진=작가)
평범한 자연물로 서정성을 극대화한 이 장면은 작가 조성모(66)의 붓끝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한국 소도시에 띄울 만한 감수성을 그려낸다. 달·나무 등 동양적 소재로 에두른 ‘향수’란 걸 알아채긴 어렵지 않다. 사실적인 기법으로 공들여 눌러낸 것까지 보이니.
그런데 정겹게 묘사한 그 대상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건 의외의 배경이다. 그저 살가운 문양이려니 다가섰다가 실체를 확인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데. 알파벳 ‘L·O·V·E’를 무수히 새겨 만든 묵직한 ‘사랑판’이니 말이다.
조성모 ‘사랑길 따라’(2022), 캔버스에 오일, 76×38㎝(사진=작가)
그 길이 도시를 거쳐 시골로 갔다가 낮은 물론이고 밤까지 이어지지만 끝내 ‘고향’으로 향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을까. 언제부턴가 작품 속에 표지판이 섰다. 노란 면에 빨간 테두리를 씌운 삼각형으로 ‘잠시 멈춤’을 알린다. 이제 숨을 좀 고르란 뜻인가. 길도 사랑도 삶도.
5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개인전 ‘사랑길 따라’에서 볼 수 있다. 14년 만의 고국 개인전이다. 120여 점을 걸고 순회전으로 꾸린다. 서울전 이후 충남 부여문화원(5월 29일∼6월 4일)을 거쳐 부산 해운대 K갤러리(6월 7~21일)로 이어간다. 캔버스에 오일, 61×61㎝. 작가 제공.
조성모 ‘사랑길 따라-눈 내리는 아러킬 길’(2018), 캔버스에 오일, 50×25㎝(사진=작가)
조성모 ‘사랑길 따라-보름달과 함께한 슈네멍크 산’(2018), 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 130×162㎝(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