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경계에서 포착한 '삶의 기척'"…조현정 '담장 너머의 숨'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14일, 오전 08:46

조현정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 포스터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세상에는 선 하나로 명확히 나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 집 안의 온기와 바깥의 냉기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일상의 아주 평범한 풍경 속에서 이러한 '경계'의 정서를 섬세하게 길어 올리는 전시가 열린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6월 13일까지 화가 조현정의 생애 첫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경계'라는 주제를 회화로 풀어낸 자리로, 호리아트스페이스 1층과 2층 전관에서 최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조현정의 그림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벼락, 마당의 햇살, 담쟁이넝쿨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특별할 것 없는 이 장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찾아낸다. 특히 그림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담장'은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벽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조절하고,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복합적인 장치다.

눈길을 끄는 점은 담장 위에 앉은 '고양이'의 존재다. 고양이는 화면 안을 지키고 있지만, 풍경에 완전히 섞이지는 않는다.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고양이의 태도는 곧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양이를 통해 관찰자와 대상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화면 전체에 묘한 긴장감과 균형을 불어넣는다.

조현정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 전시전경., (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한층 깊어진 색채의 매력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시간을 똑같이 그려내려 했다면, 이제는 그 시간의 빛과 공기를 기억의 색으로 칠한다. 노란색 창살이나 보랏빛 풀밭처럼 실제와는 다르지만 마음속에 남은 색들로 화면을 채우며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혹은 단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조현정의 작품은 그 경계 위에 가만히 멈춰 서보라고 권한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소한 존재들의 소중함이 고개를 든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기교 대신 정직한 관찰과 따뜻한 색감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첫 개인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밀도를 가진 그의 화면은, 앞으로 그가 그려낼 경계 너머의 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조현정은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발한 그룹전 활동을 펼쳐온 실력파 신예다. 2024년과 2025년 호리아트스페이스의 주요 기획전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의 주목을 받아 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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