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래가 사랑과 결핍, 욕망과 버팀의 감각을 각기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로 밀어 올린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을 내놓았다. 이번 책에는 이상문학상 우수상에 오른 작품과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아홉 편이 실렸다.
최미래가 사랑과 결핍, 욕망과 버팀의 감각을 각기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로 밀어 올린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을 내놓았다. 이번 책에는 이상문학상 우수상에 오른 작품과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아홉 편이 실렸다.
등장인물들은 번번이 모자라고 자주 어긋난다. 그런데도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작가는 연애와 생계, 질투와 체면, 외로움과 생존이 한데 뒤엉킨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며, 간절함이 사람을 어디까지 밀고 가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표제작의 중심에는 사랑을 갈망하는 미진이 놓여 있다. 그는 남에게 쉽게 내보일 수 없는 비밀을 안은 채,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된 관계를 꿈꾼다. 애틋함과 자조가 한 몸처럼 엉킨 이 인물을 통해 소설은 사랑이란 감정의 우스꽝스러움과 절박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수록작의 다른 축에는 미달 같은 인물도 선다. 무언가에 완전히 빠져들어 미쳐 보고 싶어 하는 마음, 끝내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조바심, 원치 않는 위로를 밀어내는 자존심이 겹치며 젊은 인물들의 기묘한 열기를 만든다.
자매 서사를 따라가는 작품들에서는 취약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얼굴이 두드러진다. 보호막이 없는 집과 오래된 결핍 속에서도 인물들은 쉽게 비틀어지지 않는다. 체념 직전의 표정과 천연덕스러운 생존법이 나란히 놓이면서 서늘한 힘이 생긴다.
또 다른 작품들은 관계의 결을 더 세밀하게 파고든다. 타인과 호흡을 맞추려는 몸,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편지, 잠깐 스쳐 가는 돌봄과 기대가 교차하며 메마른 일상을 적시는 순간을 만든다. 한 권 안에서 이야기의 결은 다르지만 정서의 맥은 이어진다.
문장은 자주 능청스럽고 돌연 사나워진다. 우스운 농담처럼 튀어나온 말이 바로 다음 줄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비틀린 체념처럼 들리던 표현이 어느 순간 고집스러운 의지로 돌아선다.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선은 꾸며낸 포즈보다 몸에 밴 습관처럼 다가온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을 다룬다. 그러나 달콤한 약속보다는 모자람과 수치, 버티는 마음과 끝내 포기하지 않는 욕망에 더 가까운 사랑이다. 최미래는 그 불안정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오래 붙들어, 오늘의 청춘이 가진 거친 맥박을 소설의 문장으로 옮겨 놓는다.
최미래는 2019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녹색 갈증'과 '모양새'를 냈고 이상문학상 우수상도 받았다. 이번 책은 그가 꾸준히 다뤄 온 젊음의 불안과 욕망을 한층 또렷하게 모아 놓은 소설집으로 읽힌다.
△ '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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