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이자 바롬교육 창시자인 고황경의 생애와 교육 사상을 기독교 가치, 평생교육, 여성고등교육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자리가 소천 25주기를 맞아 열렸다. 15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평전 출간을 기념한 '바롬교육철학의 역사와 오늘'에서다.
서울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이자 바롬교육 창시자인 고황경의 생애와 교육 사상을 기독교 가치, 평생교육, 여성고등교육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 자리가 소천 25주기를 맞아열렸다. 15일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평전 출간을 기념한 '바롬교육철학의 역사와 오늘'에서다.
이번 행사는 학술대회와 북 콘서트로 나뉘어 열렸다. 문지현 지속가능여성발전연구원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윤경은 바롬장학회 이사장의 환영사와 김두임 대한어머니회 중앙회장, 이윤선 서울여자대학교 총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1부 학술대회에서는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이 기조발표를 했고, 박에스더 전 대한어머니회 중앙회장과 배선영 서울여자대학교 교육혁신단장이 각각 발제했다.
2부 북 콘서트에서는 이혜성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명예총장, 박명철 작가, 민가영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이은경 바롬인성교육연구소 관계자, 안정민 바롬장학회 장학생이 참여했다.
바롬 교육철학은 기독교적 가치를전인교육, 공동체 정신,·실천의 구조로실현
임성빈 전 총장은 '바롬교육철학에 나타난 기독교적 가치'를 주제로 고황경 평전의 학술적 의미를 짚었다. 그는 2025년 발간된 '고황경 평전'이 고황경의 생애를 전기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교육철학이 형성된 신앙적·역사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추적한다고 보았다.
임 전 총장은 바롬교육의 기독교적 가치를 전인교육, 공동체 정신, 정체성·관계·실천의 구조로 설명했다. 바롬교육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해하는 전인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기숙사 공동체와 소그룹, 봉사를 통해 섬김의 리더십을 훈련해 왔다고 정리했다.
그는 현행 바롬인성교육의 세 축인 정체성 교육, 관계 교육, 실천 교육도 기독교 윤리와 맞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임 전 총장은 바롬교육이 세상과 단절된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면서도 세속주의에 동화되지 않는 교육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고황경(1909~2000)
생명과 공동체를 일깨운 바롬식 평생교육
박에스더 전 회장은 '시대를 설계한 한줄기 맑은 샘물' 발제에서 고황경의 평생교육과 시민교육 활동을 오늘의 공동체 위기와 연결했다. 그는 평전 집필 과정에서 고황경이 고민한 생명, 공동체, 다음 세대 교육 문제가 오늘의 현실과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고황경의 활동을 평생교육, 가족계획, 소비자보호, 생명환경운동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고황경이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경성자매원과 대한어머니회를 통해 제도권 밖 시민교육과 평생교육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어머니회의 어머니 대학과 월례강좌를 여성들이 시대를 읽고 공동체를 책임지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교육의 장으로 평가했다. 가족계획 운동도 단순한 인구정책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 주체성, 생명의 존엄을 중심에 둔 생명권 운동으로 해석했다.
박 전 회장은 고황경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행동으로 옮긴 전략가로 조명했다. 15세에 일본 유학길에 오른 학문 여정, 한국전쟁 중 영국과 유럽에서 6년여 동안 800여 회 강연한 민간외교 활동, 대한어머니회와 소비자운동, 시민교육 활동이 한 시대의 정신을 제도와 운동으로 남긴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평전은 고황경의 일제강점기 행적도 단선적으로 보지 않았다. 일제의 감시와 수모 속에서도 그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여성과 아동을 돌보는 일을 이어갔고, 일부 정책과 지시를 수용해야 했던 상황도 훗날을 내다본 현실적 선택의 맥락에서 다뤘다.
자료는 그의 생애를 친일 여부의 단정으로 좁히기보다, 식민지 현실 속에서 여성 교육과 사회사업의 기반을 지키려 한 과정으로 설명했다. 고황경의 학문적 선택과 사회사업은 기독교 가문에서 배운 신앙적 책임, 봉사, 타인에 대한 사랑과 섬김의 실천으로 제시됐다.
여성고등교육으로 이어진 바롬의 실천
배선영 단장은 '여성고등교육과 바롬' 발제에서 서울여자대학교 설립과 바롬교육철학의 출발점을 다뤘다. 그는 서울여대의 뿌리가 1923년 장로교 총회의 여자대학 설립 결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지나 38년 만에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배 단장은 서울여대가 한 사람이 세운 학교가 아니라 한 세대 이상이 염원한 학교였다고 보았다. 여성고등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교회와 여성 공동체, 후원자들의 헌신 위에서 1961년 신입생 98명과 함께 개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문교부 배정 정원이 160명이었지만 기준에 미치지 못한 62명을 더 뽑지 않은 사례도 소개했다. 학교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초대 학장이 정원의 60%만 받겠다고 한 결정은 '양보다 질'이라는 원칙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제시됐다.
배 단장은 바롬교육의 차별성을 지·덕·술, 24시간 교육, '행함으로 배운다'는 원칙에서 찾았다. 초기 서울여대는 강의실보다 생활공간을 교육의 중심에 두었고, 생활관에서 서로 다른 학과와 학년의 학생들이 함께 지내며 공동체를 몸으로 배우도록 했다.
그는 1, 2학년 학생들이 일주일에 두 시간씩 작업복을 입고 흙을 만진 '현지 작업'과 4학년 농촌 생활 실습도 바롬교육의 특징으로 들었다. 봉사라는 이름보다 그곳의 삶을 함께 사는 훈련이라는 의미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