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명분은 ‘오버투어리즘 대응’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이번 증세는 엔저 장기화로 일본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오버투어리즘(관광공해)’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 목적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상으로 얻는 추가 세수를 쾌적한 이동 환경 구축, 정보 접근성 제고, 로컬 문화재 및 자연 유산 정비 등 3대 분야에 전액 투입할 방침이다.
우선 스마트 쓰레기통 보급과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 등 주요 관광지 혼잡 완화 대책이 추진된다. 병목 현상이 심한 공항에는 셀프 수하물 위탁기 및 워크스루 게이트 설치를 늘려 신속한 출입국 간소화 시스템을 구축한다. 아울러 대도시 편중 수요를 소도시로 분산하기 위한 지방 노선 마케팅을 전방위 지원하고, 구 미카사 호텔 등 국가 중요문화재 개보수와 자연 친화적 등산로 정비 등 지방 관광 자원의 고부가가치화에도 세수가 배정된다.
이번 출국세 인상은 가성비를 중시하던 한국인 여행객에게 직접적인 비용 상승 압박이 될 전망이다. 1인당 추가 지출액은 약 2000엔(약 1만 8000원) 선으로 단독 여행객에게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가구원 전체가 움직이는 가족이나 단체 여행객의 부담은 고스란히 체감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만 2세 이상 자녀 두 명을 둔 4인 가족의 경우 출국세는 4000엔에서 1만 2000엔(약 10만 8000원)으로 늘어나 기존 대비 약 7만 2000원의 추가 지출이 생긴다. 성인 6인이 동행하는 단체 여행이라면 세금 총액은 1만 8000엔(약 16만 2000원)까지 치솟는다. 특히 부산~후쿠오카 등 저가 왕복 승선권 비중이 높은 선박 여행객의 경우 편도 귀국 시 부과되는 세금이 전체 운임의 30% 선에 육박해 가성비 매력이 상당 부분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가격제·숙박세’와 겹친 설상가상
현재 도쿄, 교토, 홋카이도 등 일본 핵심 관광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지자체별 숙박세 인상과 외국인 대상 ‘이중가격제’ 논의도 비용 인상 요인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다각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여행객들이 체감하는 실질 물가 수준은 임계점에 근접하는 양상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엔저 효과에도 숙박세 신설과 매장별 이중가격제, 출국세 인상까지 가시화되면서 여행 심리에 장벽이 생기고 있다”며 “세금 인상분이 선반영되기 전인 6월 30일 이전에 하반기나 연말 일정을 서둘러 선예약하려는 조기 발권 수요가 대거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한 인바운드 시장에서는 아시아 근거리 외래객의 유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급격한 비용 상승을 겪는 일본 대신 가격 대비 콘텐츠 매력도가 높은 한국이 가성비 동북아 여행지로 대체 부각될 개연성이 높다. 반면 일본 노선 편중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국내 아웃바운드 업계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기적 막차 수요 이후 장기적 정체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 소도시, 몽골, 중앙아시아 등 대체 노선을 개발하여 단일 국가 노선 쏠림 리스크를 선제 분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세수 확보 차원을 넘어, 징수한 재원이 관광객 편의와 지역 환경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뢰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창섭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출국세나 숙박세와 같은 관광 부담금은 단순 증세가 아니라 관광객 증가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담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 재원이 출입국 절차 간소화, 혼잡 완화, 인프라 정비 등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익으로 명확히 환원될 때 정책 수용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 교수는 “우리나라도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의 지출 구조를 전략적으로 점검해 외래객의 출입국·이동 편의와 주민 삶의 질 개선에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동북아 관광지의 가격 장벽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저가 경쟁보다 관광경험의 질, 지역 분산,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 우위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