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젤리피쉬’ 공연 장면 (사진=장문원)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연극 ‘젤리피쉬’는 동아연극상 작품상에 이어 백상연극상도 거머쥐었다. 이번 수상은 장애예술 기반 작품이 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젤리피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2024년 쇼케이스를 거쳐 2025년 3월 모두예술극장에서 초연했고 같은 해 9월 국립극단 ‘기획초청 픽(Pick)크닉’에 선정돼 다시 공연했다.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원작을 국내 무대로 옮겼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관계·자립을 통해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젤리피쉬’는 익숙한 극복 서사가 아닌, 분투하는 개인의 삶을 그려냈다. 장애·비장애의 경계나 사회적 편견이라는 통상적인 장애인 공연 소재를 다루지 않고,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특히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이 ‘켈리’ 역을 맡아 2시간이 넘는 무대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도미닉 역에도 저신장 장애인 배우인 김범진이 출연했다. ‘젤리피쉬’는 △9월 5~6일 부산영화의전당 △9월 19일 경기 광명시민회관 △10월 9~10일 제주아트센터 등 지방 무대에서 공연한다.
모두예술극장 관계자는 “비장애인이 주도하는 작업 속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하던 장애인 배우들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창작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장애예술이 한정된 무대를 벗어나 한국 공연예술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무장애 공연을 무대에 올린 국립극장도 올해 연극 ‘당신 좋을 대로’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도를 꾀한다. 그간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정극 공연이었다면, 이번엔 코미디 공연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소비 거리낌 없어져야”
‘당신 좋을 대로’는 오는 28~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좋으실 대로’가 원작으로 장애인 배우 5명과 비장애인 배우 2명이 출연한다. 박지혜 연출이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일인다역 멀티맨, 수어를 활용한 유머 등을 더해 작품을 구성했다.
박 연출은 “그간 배리어프리 공연 중 비극이 많았는데 제 안에 어떤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인간은 비극성과 희극성을 다 갖고 있고, 장애 아티스트들과 함께 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배우 임지윤은 “국립극장이라는 큰 무대에 배우로 서며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우와 관객들이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더욱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애인 예술에 대한 공연계 전반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2021년 국립극장의 무장애 공연 사업, 2023년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까지 공공기관이 장애인 배우들의 활동 무대를 적극 마련하면서 활동 지평이 넓어졌다. 2023년 70% 수준이었던 모두예술극장의 대관률은 현재 100%에 육박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무장애) 영역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젤리피쉬’ 수상은 반가운 사건”이라며 “장애인도 똑같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고 소비하는 데 거리낌 없는 세상을 추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