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필과 합 맞추는 일, 흥분…새로운 베토벤 기대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5월 18일, 오전 05:3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같은 음악이라도 새로운 오케스트라와 작품의 세부적인 부분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은 언제나 흥분되고 기대되는 일입니다.”

세계적인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78)은 17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 악단 KG필하모닉오케스트라(KG필)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주커만은 오는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G필의 새로운 기획공연 ‘마스터피스 시리즈’ 첫 주인공으로 8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국내외 유수의 악단과 협연해온 주커만이 한국 클래식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KG필과 펼칠 무대에 클래식 마니아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고전주의의 형식미와 베토벤 특유의 웅장함이 잘 녹아든 걸작 중의 걸작이다. 주커만은 이 작품을 선곡한 이유에 대해 “베토벤은 연주할 때마다 늘 새롭기 때문”이라며 “어떤 악구(프레이즈)든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짜릿하다”고 언급했다.

주커만은 깊이 있는 음악성과 탁월한 테크닉으로 수십 년간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온 거장이다. 8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잡은 그는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공동 1위를 차지하고, 1969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서 ‘클래식계 스타’로 떠올랐다.

그가 평생의 지침으로 살아온 말은 “스펀지가 되어라! 밖으로 나가 모든 것을 흡수해라!”다. 그 말처럼 주커만은 젊은 시절부터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연주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철학에서다. 그는 “하루에도 여러 공연을 보러 다니며 뛰어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었다”며 “3~4년 정도는 공연장에서 공연장으로 계속 이동하며 살았다”고 설명했다.

70대에도 전성기 같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 또한 젊은 시절부터 지켜온 일상생활의 철저한 규칙이다. 주커만은 “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살아간다”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 샤워를 하고 곧바로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제 일상”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에너지와 의지가 있는 한 지금의 일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커만은 자신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놀라운 여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음악은 제 삶 그 자체이며 제가 하는 모든 것이고 저는 음악으로 먹고 숨 쉬며 살아간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음악은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며 “앞으로도 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계속 여정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와 함께 연주할 KG필은 곽재선문화재단이 2025년 창단한 신생 악단으로 국내외 유수 음악대학 출신의 젊고 유능한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어렵고 낯선 클래식 공연이 아닌, 대중이 쉽고 가깝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지향한다.

주커만은 KG필 단원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음악 자체를 사랑해야 하고, 사막의 물처럼 음악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며 “음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 여기에 약간의 행운이 따라준다면 스스로 높은 기준에 도달해 음악의 전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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