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퇴사 이후 전통주 매장을 꾸려 온 시간을 통해 멈춤과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산문집이다.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퇴사 이후 전통주 매장을 꾸려 온 시간을 통해 멈춤과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막걸리가 익는 과정을 따라가며 성취를 서두르는 삶의 감각 대신 기다림과 시행착오의 의미를 풀어낸다.
이 책의 출발점은 익숙한 진로에서 밀려난 뒤 다른 생계 방식을 찾아 나선 한 청년의 기록이다. 저자는 인턴과 직장을 거친 끝에 다시 구직 상태로 돌아온 뒤, 회사 대신 술을 빚는 일을 새 방향으로 붙든다.
취직 못해서 창업…양조장 운영이 드러낸 자영업의 현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창업은 오래도록 자신과 거리가 먼 선택지였다. 더 버티기 어려운 취업의 시간과 가만히 소진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겹치면서 양조장에 도전한다.
저자가 붙잡는 핵심 비유는 술독 안에서 진행되는 발효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보이는 동안에도 미생물은 제 역할을 이어가고, 그 장면은 멈춘 듯한 삶도 완전히 정지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이 관점은 조급함을 다루는 방식에도 이어진다.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뒤처졌다고 느끼는 시간을, 책은 삭아가는 밥알과 술로 바뀌는 물의 흐름을 통해 다시 읽는다.
전체 이야기는 이상적인 자영업 성공담보다 현장의 번잡한 문제들에 오래 머문다. 쌀벌레가 들끓은 보관 사고,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헤맨 끝에 만난 붉은 벽돌 건물, 무거운 술통을 옮기며 겪는 몸의 부담이 잇따라 나온다.
가게 운영 역시 만만하지 않다. 예약 체험 하나로 임대료를 감당해 보려는 계산, 팝업 바 실패, 뜻대로 되지 않는 홍보를 두고 스스로 비튼 표현들이 작은 사업장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중반부에서 책은 생존기에서 취향의 문제로 시선을 옮긴다. 여러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는 술을 포기하고, 달콤함과 탄산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질감은 무겁지 않은 한 잔을 목표로 세우는 대목이 선명하다.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퇴사 이후 전통주 매장을 꾸려 온 시간을 통해 멈춤과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산문집이다.
내 속도로 익어가는 삶의 리듬
이런 선택은 장사의 기준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감각을 지키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세상의 속도나 통념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맛을 먼저 세우겠다는 태도가 양조장 운영 전반을 설명한다.
책은 회사원 시절에 중요하게 여겼던 워라밸과 지금의 생활도 대비한다. 예전보다 일이 삶 깊숙이 들어왔지만, 저자는 그 변화가 오히려 자유와 만족의 감각을 넓혔다고 돌아본다.
또 책은 양조장 인턴 경험과 각종 강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현장 활동까지 함께 묶어 보여준다. 술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팔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노동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끝부분에는 매장 문을 연 뒤 19개월이 지나 자기 이름의 술을 선보이기까지의 시간이 놓인다. 책은 늦었다는 바깥 기준보다 각자 다른 속도로 무르익는 삶의 리듬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마무리한다.
△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 한지혜 지음/ 240쪽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은 퇴사 이후 전통주 매장을 꾸려 온 시간을 통해 멈춤과 실패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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