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모어 라이프’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자율주행차 사고로 사망한 브리짓은 50년 뒤 되살아난다. 생명과학자 빅터(김용준 분)에 의해 복원된 브리짓(이진경 분)은 숨을 쉬지 않고 배고픔과 피곤함도 못 느끼지만, 과거의 사랑과 기억은 간직하고 있다. 전 남편 해리(이윤재 분)와 사랑했던 감정도 남아 있다.
그러나 작품은 인간의 기억을 복제할 수 있어도 상실, 공포, 사랑의 감각까지 완전히 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브리짓을 반복적으로 ‘켜고 끄는’ 장면들이 이를 상징한다. 미래 사회가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화 할 수는 있어도 인간 존재 자체를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극 ‘모어 라이프’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모어 라이프’의 의미는 2막부터다. 되살아난 전 부인의 존재를 부정하던 해리가 브리짓과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극의 밀도가 짙어진다. 과거 브리짓(공지수 분)을 통해 해리가 잊고 있었던 사랑과 상처들이 소환되면서 돌아온 브리짓을 인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어 연출은 과거 브리짓과 현재의 브리짓 그리고 해리의 현 부인 다비나(이주영 분)를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 분리하면서도 기억과 감정을 병치시킨다. 인간 복제 시대에도 사랑과 죄책감, 상실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연극 ‘모어 라이프’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극은 개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공 브리짓의 폭력성과 함께, 인간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600년 넘게 살아가는 브리짓의 먼 미래로 이어진다. 마치 오래된 미래 이야기 같기도, 지금 우리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SF 연극 중 가장 인간적인 연극이다.
김건표 연극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