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의 시선에서 바라본 북한의 얼굴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5월 20일, 오전 09:01

북한의 제3세계 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20세기 후반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와 맺은 접촉을 따라가며, 북한이 냉전기의 주변부에서 어떤 외교적 자리와 상징 자본을 만들어 갔는지 묻는다.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는 북한을 닫힌 체제의 표본으로만 보던 익숙한 시선에서 한 걸음 비켜난다.

북한의 제3세계 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20세기 후반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와 맺은 접촉을 따라가며, 북한이 냉전기의 주변부에서 어떤 외교적 자리와 상징 자본을 만들어 갔는지 묻는다.

저자는 북한을 소련과 중국 사이에 끼인 국가로만 놓지 않는다. 오히려 신생 독립국과 해방운동, 비동맹 진영과 손을 맞잡으며 스스로 활동 반경을 넓힌 존재로 바라본다.

구성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1950년대 후반 인도네시아·쿠바·베트남과 이어진 접촉에서 출발해, 사상과 선전의 바깥 확산, 해외 건설과 노동, 김정일 부상기 폭력정치, 1980년대 말 아프리카 정책까지 다섯 장으로 나눠 살핀다. 연대기 형식을 취하지만, 단순한 사건 나열보다 관계망의 변화를 읽게 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의 방식도 단선적이지 않다. 해방운동 세력을 돕고 무장 조직을 훈련시키는가 하면, 외국에 건물과 기념물을 세우고 기술 인력과 예술 인력을 보내며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겼다. 국내 매체는 이런 바깥 활동을 다시 내부 선전의 재료로 삼아 주민들의 세계 인식을 짜는 데 활용했다고 책은 설명한다.

책은 북한을 옹호하거나 규탄하는 양자택일보다, 그것이 어떻게 세계를 상상했고 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부터 다시 묻게 한다. 한반도 문제를 국내 정치나 미·소 경쟁의 부속물로만 보지 않고, 탈식민 세계와 맞물린 더 넓은 장에서 읽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의 힘이다.

△ '총, 게릴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 벤자민 영 지음/ 옥창준·고자연·김도민·김태경·류기현·백원담 옮김/ 376쪽

art@news1.kr

추천 뉴스